조물주 위에 건물주
빌딩투자는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전체 혹은 일부를 직접 사용할 용도로 빌딩을 매입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 경우 법인이 매입해 직접 사용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대출규제를 피할 수 있어 자금조달에 용이한 편이다. 다만 회사의 주소지가 과밀억제권역 안에 있을 경우 법인 설립 이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취득세가 중과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인의 대표자가 건물을 매입해 자신의 회사에 임대를 주는 형태다. 이때는 RTI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이 투입된다. 다만 취득세 중과의 우려가 없다.
사업을 확장 중인 중소업체는 남의 건물살이를 하는 것보다 사옥을 매입하는 것이 휠씬 유리하다. 서울 신사동에 사옥을 마련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젤리피쉬는 인기 보이그룹 빅스와 걸그룹 구구단이 속한 회사다.
황세준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말 신사동에서 5층짜리 연면적 1654㎡ 규모 건물을 140억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설정금액은 112억8000만원이지만 실제 채권은 94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담보대출 금리를 연 3.5%로 가정할 경우 월 이자비용은 약 28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3월 RTI가 적용되기 전에 매입했기 때문에 자기자본 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건물은 주차장이 넓은 게 특징이다. 총 13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강남 주차난을 고려하면 일대서 보기 드문 장점을 갖고 있다. 이면도로에 위치했지만 대로변과는 한 블록 차이여서 접근성도 높은 편이다. 성수대교 바로 남단이어서 올림픽대교 이용이 수월하고 신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과도 가깝다.
황 대표가 운영 중인 젤리피쉬는 인근에서 연면적 약 987㎡ 규모의 건물 한 채를 월 2500만원에 통으로 임차해 사용 중이다. 계약은 내년 1월이 만기다. 새로 매입한 건물과 위치가 워낙 가깝다 보니 계약이 만료되면 자연스럽게 확장 이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건물이 현재 임차인을 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젤리피쉬는 현재 임차 중인 건물에서 3.3㎡당 8만4000원 정도의 월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이사를 하면 황 대표에게 임차료를 지불한다. 어차리 내야할 임차료를 남이 아니라 회사 대표 개인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이때 황 대표의 투자금액(46억원) 대비 수익률은 연 5.08%로 추정된다.
취득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 법인의 경우 회사 이름으로 매입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남는 공간을 임대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나중에 건물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입지여건이 좋은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업체라면 굳이 남의 건물에 세들어 살 필요가 없다. 적극적으로 사옥을 마련해야 한다. 이왕이면 미래가치가 높은 곳에다가 말이다.
글=김주환 원빌딩 전무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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