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에도 댓글 조작"… 드루킹 공범 진술 '파장'

입력 2018-05-17 06:45
서유기 "킹크랩 구축해 작업"
검찰, 드루킹 재판서 공개
증거 확보 땐 사건 새 국면


[ 신연수 기자 ]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드루킹’ 김모씨(49) 일당이 “지난해 대선 전부터 불법 댓글 작업을 했다”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들이 대선 당시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씨의 2차 공판에서 “공범인 ‘서유기’ 박모씨가 대선 전부터 킹크랩을 구축해 댓글 작업을 계속해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킹크랩은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기능, 유동 아이피(IP) 기능, 네이버 자동 로그인·로그아웃 기능 등이 있는 전용 프로그램이다.

검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드루킹 김씨 등이 지난해 1월 킹크랩을 구축한 뒤 이때부터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이 왜곡된 사태가 이 사건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애초 김씨는 네이버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2개의 ‘공감’ 수를 조작한 것으로 기소됐으나 실상은 그 활동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드루킹 일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임대한 서버 내에 킹크랩을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활용해 댓글 작업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서유기는 드루킹 일당의 핵심 멤버다.

대선 당시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을 언제부터 활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여죄를 수사하는 경찰이 이날 공개된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를 확보하면 드루킹 사건은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수준을 넘어서 ‘대선 여론조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드루킹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등 여권을 향한 야권의 정치적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경찰은 일당이 댓글 작업을 한 기사 9만여 건의 인터넷 주소 가운데 대선 당일까지 송고된 기사 1만9000건에서도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14일 집행했다. 증거인멸을 대비해 자료를 보존하고 수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다.

이날 열린 2차 공판에서 김씨 등은 검찰이 변경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서유기 박모씨를 구속기소하면서 김씨의 공소사실을 박씨와 동일하게 변경(댓글 2개 조작→50개 조작)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구속 상태가 힘들어 빨리 재판을 받으려고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나머지는 특검에서 조사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공판 기일을 추가로 진행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건 이외에 동일 기간에 2만2000여 건의 댓글을 조작한 자료도 확보해 분석 중”이라며 “향후 병합 기소 등 공소장 변경이 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건에 한정해 재판을 받고 석방되면 수사가 진행 중인 동종 사건에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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