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이란의 대응 수위에 따라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도 재개키로 해 국제유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은 절대 이뤄지지 말았어야 할 끔찍하고 일방적인 거래였다”며 “그것은 안정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평화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핵 협정 탈퇴가 미국을 훨씬 더 안전하게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협정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6개국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이 이란의 핵 개발을 2030년까지만 금지하고 있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는 장치가 없다며 개정을 요구해 왔다. 또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등 주변 중동 국가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시도를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아 협정을 수정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돕는 나라도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며 미국은 핵위협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협정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도록 허용했다”며 “(핵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이란의 약속이 거짓이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은 헤즈볼라, 하마스,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을 지원했고 핵 협정 이후 이란은 경제 사정이 나쁜데도 군사 예산은 40%가량 늘렸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탈퇴 결정으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간 관계가 깊은 불확실성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협정 파기 시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이란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의 피해 등을 우려해 협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간 긴장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