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일하는 문화가 바뀐다
휴식 명령하는 기업들
재량휴가제 시행…연월차와 별개
퇴근 셔틀버스 운행시간 앞당겨
[ 노경목/안재광 기자 ]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근무하는 박모 대리는 지난주 금요일 낮 12시에 회사 문을 나섰다. 삼성전자가 2월부터 도입한 ‘워라밸 데이’ 덕분이다. 한 달에 하루 직원이 자유롭게 날을 정하는 워라밸 데이에는 하루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다. 박 대리는 “오후에는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고 저녁에 친구들과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휴식을 주는 것이다. 휴일을 늘리고 제때 퇴근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도입되는 이유다. 미적대며 퇴근을 미루는 직원보다 정해진 시간에 빨리 회사 문을 나서는 직원들이 사랑받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초부터 재량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각팀 팀장의 판단에 따라 팀원에게 휴가를 주는 제도로 이렇게 가는 휴가는 연월차에 포함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팀장이 시스템으로 팀원들의 근로시간을 체크하다가 52시간을 넘길 것 같은 직원이 있으면 휴가를 명령한다.
정해진 시간에 직원들을 퇴근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지난달부터 강제 퇴근 시간을 오후 5시30분으로 정한 LG전자는 다음달 초부터 퇴근 셔틀버스 운행 시간도 20분 앞당긴다. 괜히 남아서 일하다가는 집에 갈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지는 셈이다. LS전선은 이달 들어 퇴근 30분 전부터 퇴근을 독려하는 사내 방송을 한 뒤 퇴근 시간이 되면 사무실의 불을 끈다.
신세계그룹은 오후 5시30분이 되면 PC의 전원이 꺼지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야근이 잦은 부서에는 부서장에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야근율은 0.3%로 작년 같은 기간의 32%와 비교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도 오후 6시30분부터 PC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제조업체 중에는 에쓰오일이 수요일과 금요일에 한해 오후 6시면 PC를 끈다. 이후에도 계속 업무를 해야 할 직원은 따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7월부터는 1주일 내내 시행할 계획”이라며 “정시 퇴근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직원들도 점심을 빨리 먹고 와 업무를 하는 등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노경목/안재광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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