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창업자가 만든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네모’

입력 2018-04-20 09:59
“창업가 위한 통합 서비스 제공할 것”



“네모는 단순히 상가의 가격만 보여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종합 정보 플랫폼입니다.”

이용일 슈가힐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네모’의 사업 모델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슈가힐이 운영 중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네모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물 8만여 개, 등록 공인중개사 3000여 명을 달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모는 사무실, 상가·점포, 공유오피스, 프랜차이즈 등에 특화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다. 경쟁이 치열한 주거용 부동산 시장 대신 경쟁자가 없는 상업용 부동산을 노렸다. ‘블루오션 전략’인 셈이다. 이 대표는 “기존 업체들은 사무실 등 특정 분야의 매물만 다루거나, 직접 보유한 매물만 중개하는 한계점이 있었다”며 “네모는 공인중개사와 사용자를 연결해 모든 종류의 매물을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주거용 부동산보다 구매 시 고려해야 할 정보가 더 많다. 상권 활성화 수준이나 권리금 등 특수 정보를 파악해야 돼 공인중개사도 매물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예비창업자들 입장에선 불확실한 소문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과장된 주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네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권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제공하고 있다. 지역별 주거인구, 업종별 매출액, 인근 상가 매출액, 개·폐점율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어 편리하다. 공공정보와 빅데이터 전문 기업의 자료를 활용하므로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주장하는 정보보다 신뢰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권리금 정보도 공인중개사들과 협업해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상반기 중으로 개선된 빅데이터 지수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모가 빠르게 성장한 데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 시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슈가힐 창업자들의 노하우도 숨어있다. 이용일 대표와 박성민 이사는 다방 공동창업자 출신이다. 이외에도 슈가힐 내 구성원 다수가 다방의 핵심 인력으로 구성됐다. 다방을 키워낸 노하우가 네모에도 고스란히 들어간 셈이다.

네모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그 예시다. 이 대표는 첫 투자금 12억원을 3개월 만에 모두 광고·마케팅비로 쓰는 모험을 했다. 다방 근무 시절 가수 혜리를 내세운 광고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그는 “인지도를 단기간에 높여 공인중개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광고 후 매출이 11배 올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16년 한창 성장 중이던 다방을 나왔다. 그럼에도 다시 부동산 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보니 매우 어려워 다시 이 분야에서 창업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와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해도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죠. 우연히 상가 공실을 알리는 현수막들을 보면서 ‘아직도 여기엔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슈가힐의 올해 목표는 월 매출 10억원 달성과 대도시 중심인 사업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창업 관련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네모는 하나은행과 연계해 창업가를 위한 저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앞으로 인테리어 시공 중개나 사무용 집기 판매 서비스도 네모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 대표는 “네모를 창업가를 위한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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