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씨(필명 드루킹)가 지난해 19대 대통령선거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풀리지 않는 의혹도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활동을 벌인 과정과 지지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출처, 민주당의 조직적인 비호 정황 등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① 드루킹, 대선에 어디까지 관여했나
드루킹이 설립 주도 '경인선' 멤버들
민주당 전국 경선현장 돌며 文 지지
“우리(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목표는 문재인으로의 정권교체를 돕는 것이고 대통령 문재인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시끄러웠던 2016년 12월17일. 경인선 블로그엔 모임 창립 취지를 담은 글들이 동시에 올라왔다. 경인선은 2016년 9월 ‘문팬(문재인 팬클럽)’ 창립 총회에서 ‘깨어 있는 시민이, 조직된 힘’으로 선플 운동을 해나가자”며 드루킹 등 민주당원들이 주도해 꾸린 1000여 명의 조직이다.
이들은 19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을 돌며 활발한 지지활동을 벌었다. 경선마다 짙은 남색 띠를 두른 200~300여 명의 열성 지지자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4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수행비서의 만류에도 “경인선에 가자”고 말했다. 김 여사와 경인선이 이전부터 안면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온라인에선 자신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와 경인선 블로그를 통해 지지자들과 활동을 했다.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4월11일 ‘포털 사이트에 (문 대통령 관련 기사에) 선플이 달려 있으면 한 페이지 10개 정도의 추천을 눌러달라’는 등의 구체적 행동 강령까지 알렸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불법 사조직을 활용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캠프 내부에선 돈 한푼 쓰지 않아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농담까지 나왔다”며 “결과가 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상한 돈을 써가며 선거를 치를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② 年 11억원 운영자금은 어디서 났나
강연료와 비누 팔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
댓글 조작을 한 근거지였던 느릅나무출판사 운영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의문이다. 드루킹은 지난 1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측에 자신들의 모임을 소개하기 위해 보낸 자료에서 “운영자금은 연 11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 건물 3개 층, 총 280㎡를 임차해 사용했다. 임차료만 월 485만원, 연간 5820만원으로 전해진다.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사용한 휴대폰 170대와 인건비 등으로 적지 않은 돈을 사용했다.
경찰은 드루킹이 유료강연과 플로랄맘 물품 판매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플로랄맘은 온라인과 오픈마켓 등을 통해 비누 등 주방·욕실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온라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누 가격이 개당 1만2000~1만6000원 수준이다.
11억원을 모으려면 하루에 300만원, 주력 제품인 비누를 200개 이상 팔아야 한다. 홈페이지 상품평과 질문들이 올 들어 40여 개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매출 규모가 큰 쇼핑몰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인의 계좌 30여 개를 분석해 외부 자금이 들어왔는지 등의 자금 흐름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③ 드루킹 訴 취하 진실게임…누구 말이 맞나
與 "일괄취하 합의" vs 野 "콕 집어 취하 요청"
민주당이 작년 9월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과 서로의 대선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한 사람 가운데 드루킹이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이 그동안 드루킹에 대해 “당과 관계도 없고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당시 협상을 진행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애초 의원과 당직자에 한해 고소·고발을 취하해주기로 한 적이 없다”며 “처음부터 일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주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현 민주평화당 수석부대표)은 “1차 협상에서 의원과 당직자에 한정해 취하하기로 했는데 이후 협상에서 민주당이 ‘문팬 카페지기’ 사건을 콕 집어 취하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