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이어 '배당 확대'로 내몰리는 현대자동차

입력 2018-04-17 17:47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배당 확대,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무수익(비핵심)자산 활용도 제고 등 세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지지할 테니 이런 요구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엘리엇은 2016년 삼성전자에도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런 요구를 거부했지만, 결국 지난해 배당 20% 확대 등 대규모 주주 환원 전략을 내놨다.

현대차그룹도 엘리엇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6.77%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 압력으로 주주 환원 전략을 더 강도 높게 시행한다면 중·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헤지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는데도 여권은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등 기업 경영을 무방비로 몰아넣을 수 있는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기업들이 대규모 배당과 경영권 방어에 치중하느라 자본 축적을 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등 미래 투자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