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처리 10일 새벽까지 진통
STX조선 "인건비는 의견접근… 확약서 오늘 오전 제출"
산은 "노조가 자구계획 제출 거부… 법정관리 절차 착수"
노조가 채권단이 요구한 감원 폭 수용해야 정상화 가능
[ 박상용/박신영 기자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기로에 놓인 STX조선해양 노사가 자구적 구조조정 방안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STX조선은 “노사가 근접한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고 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발표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가 금호타이어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치 논리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노사 합의에 실패하면 한때 ‘연간 수주 실적 세계 3위’에 올랐던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까지 노사 합의 불발
STX조선은 10일 오전 1시20분께 “노사는 자구안 중 인건비 부분에 대하여 상호 합의에 근접했다”며 “조합 내부절차에 따라 세부 사항을 결정하고 결과를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이 요구해온 생산직 인건비 75% 감축을 골자로 한 자구적 구조조정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10여분 뒤 STX조선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산업은행은 “노조가 자구안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STX조선에 대해 창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가 제시한 인력 감축에 반대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STX조선 노조가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는 대신 무급휴직과 임금·상여금 삭감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생산직 인건비 절감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사측과 합의한 것에 대해 채권단이 부정적인 시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TX조선의 희망퇴직과 외주·협력업체 이직 신청자는 144명으로 회사 구조조정 목표치(520명)의 27%에 그쳤다. 채권단이 노조에 인력 구조조정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TX조선 노사가 확약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높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종 법정관리 신청까지 1주일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서도 “자구안 합의 없이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땐 회생 쉽지 않아
STX조선이 최종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실사를 통해 회생 가능성을 따진 뒤 법정관리를 수용할지, 청산 절차를 밟을지 결정한다. 현재로선 청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1월 STX조선에 대해 진행한 외부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온 데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없이는 회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STX조선이 위기를 맞은 근본적인 원인도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STX조선을 살리더라도 인건비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STX조선은 지난 2월 말 기준 147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배를 제작하기 위한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이 올해 안에 고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신규 수주가 불가능해 STX조선의 경영 여건은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총 17척(건조 중인 5척 포함)인데, 이 중 상당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관리 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받지 못해 신규 수주도 막힌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납품업체와 협력사, 지역사회가 입을 경제적인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조선해양기자재업체 1300여 곳을 대표하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STX조선 청산은 국내 중견 조선업계의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STX조선 노사가 추가 협상을 통해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구조조정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STX조선은 자금난에 따라 부도를 맞는 게 아닌 만큼 노사 간 구조조정 합의만 이뤄지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박상용/박신영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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