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株 못 거른 시스템이 문제인데… 공매도 폐지 주장 뜬금없다"

입력 2018-04-09 18:41
수정 2018-04-10 06:47
삼성증권 배당사고 '후폭풍'

다시 불거진 폐지 여론… 금감원 "공매도와 무관"

"공매도 금지하라" 청와대 청원 19만건 넘어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 공매도 재허용
폐지 땐 헤지 등 막혀 외국인 투자자 이탈"


[ 나수지 기자 ] 삼성증권에서 지난 6일 벌어진 배당사고가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붙고 있다. ‘유령 주식’을 팔아치운 삼성증권 직원들이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모인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19만 건을 넘겼다.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금융감독원은 9일 삼성증권 사태 관련 브리핑에서 “삼성증권이 (배당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하게 처리됐지만 이번 사고와 공매도 제도를 연결시키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증권 시스템 허점”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배당금(원)이 아니라 배당주(주)를 잘못 나눠줬을 때 증권거래 시스템은 이를 가짜 주식이 아니라 진짜 주식으로 인식했다. 직원들이 맘대로 주식을 팔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안일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주식매매제도팀장은 “직원들이 내놓은 주식이 팔렸을 때 형식상으로 일반 주권과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주식이 ‘없는 주식’으로 인식됐는데도 팔렸다면 무차입 공매도지만 정상적인 주식으로 판단하고 거래가 체결됐기 때문에 형식상 무차입 공매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근본적인 문제는 주식을 근거 없이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었던 삼성증권의 배당 시스템과 주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거래를 체결해준 증권 거래 시스템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쌓인 상태라 문제의 본질과 상관없이 논란이 옮겨붙고 있다”고 말했다.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니 과거에도 증권사들이 몰래 주식을 발행해 무차입 공매도를 이어왔을 것’이란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처럼 설령 없는 주식이 장중에 만들어졌더라도 장 마감 후에는 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매일 장 마감 후 각 증권사의 고객계좌부와 예탁결제원이 보유한 주식 수를 대조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실보다 득이 커”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과거 내부자 정보로 부당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공매도를 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지만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는 가능하다. 지난해 6월 엔씨소프트가 대형 악재를 발표하기 전날, 이 회사 주식 공매도 물량은 상장 후 최대로 집계됐다. 내부에서 미리 정보를 알고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 공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이유다. 2016년 9월 한미약품, 같은 해 11월 대우건설 등도 비슷한 의심을 받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특정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시장에 빠르게 전파해 가격이 효율적으로 형성되도록 돕는다”며 “거래량이 늘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가 위축돼 증시 전체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가 공매도를 다시 허용하고 있다”며 “공매도가 폐지된다면 헤지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을 구사하는 길이 막혀 외국인 투자자의 부정적 인식이 늘고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도 오해가 섞여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에는 공매도 호가제한(업틱룰)이 있다. 공매도로 주식을 팔 때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을 부를 수 없다. 일부러 낮은 호가를 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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