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건설 60% 폭증 전망
완공 앞둔 빌딩 90% 중국에 건설
양적완화 후행지표?
중동·아시아 지역에 몰린 투자금
각국 긴축정책으로 금리 오르면
신흥국서 대규모 자금이탈 가능성
"일부 지역선 벌써 임대료 하락"
[ 도쿄=김동욱 기자 ]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높이 200m(약 40층)가 넘는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건설된 전 세계 초고층 빌딩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권 경제 성장에 따른 도시인구 증가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에 따라 풀린 돈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주도 ‘초고층 빌딩 붐’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마천루(摩天樓) 건설 붐’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 조사 결과 지난해 전 세계에서 144동의 초고층 빌딩이 건설됐다. 2014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신축 초고층 빌딩 수가 100개를 넘어선 뒤 매년 10~15%가량 숫자가 늘고 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져 200m 이상 건물이 160동 이상 들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전년 대비 60% 가까이 늘어난 230동이 새로 생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올해 230동의 마천루가 세워질 경우 연말까지 세계 전체로 모두 1500여 동의 초고층 빌딩이 자리 잡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0여 개의 고층 빌딩이 새로 추가되면서 전체 수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초고층 빌딩 대다수는 중국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들어선 144개 건물 중 절반이 넘는 76개가 중국에 지어졌다. 선전 지역에만 12개의 초고층 빌딩이 준공되면서 미국 전역(10개)의 마천루보다 더 많았다. 올해는 전년 대비 70%가량 증가한 최대 130개 초고층 빌딩이 중국에서 건설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완공 예정인 높이 상위 10개 건물 중 9개가 중국에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 내 초고층 빌딩 건설 지역도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중심지에서 난닝, 청두, 창사 등 주변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중동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속속 초고층 빌딩 건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신규 초고층 빌딩 건설의 82%가 중국과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졌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됐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등 동남아 주요 도시(40여 개)와 두바이 등 아랍에미리트(UAE) 주요 도시(30여 개)에 마천루가 완공될 전망이다.
지진 때문에 마천루 경쟁에서 빠져있던 일본도 최근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로 고층 빌딩 건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체 미쓰비시지쇼는 2027년까지 일본에서 가장 높은 390m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할 계획이다.
◆점증하는 ‘마천루의 저주’
아시아 지역에서 초고층 빌딩 건설이 잇따르는 것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5%로 세계 경제 성장률(3.9%)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경제 발전에 따른 임금 상승, 내수시장 확대, 도시로의 인구 유입 등으로 주택과 사무실 수요 등이 늘면서 초고층 빌딩 건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축기술 발전으로 초고층 건축이 더 수월해진 점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마천루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막대한 자금과 장기간 공사가 소요되는 초고층 빌딩 건설 자체가 경기 흐름에 후행하는 지표 성격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마천루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던 미국 뉴욕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1920년대 경기 호황기에 설계돼 1930년 시공에 들어가 경제대공황이 한창이었던 1931년 완공됐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외에도 호황기에 계획됐으나 불황기에 완공되면서 공실 등으로 고전한 사례가 적지 않다.
현재의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양적 완화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점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선진국 투자자금이 마천루 건설을 주도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순식간에 ‘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조치를 지속하고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 아시아 신흥국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야스다 아키히로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기초연구소 연구원은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아시아 일부 도시에선 공급과잉으로 임대료가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