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감원의 불친절한 퇴직연금 통계

입력 2018-04-02 17:19
나수지 증권부 기자 suji@hankyung.com


[ 나수지 기자 ] “새해가 시작된 지 넉 달째인데 아직 작년 1분기 통계도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왜 통계가 올라오지 않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금융감독원은 2007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퇴직연금 통계자료를 내놓고 있다. 증권 은행 보험 등 퇴직연금사업자가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영업보고서와 개별 협회에서 취합하는 실적보고서 등을 모두 합해 통계자료를 제공한다. 퇴직연금업계와 관련 연구기관, 언론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료다.

하지만 금감원 홈페이지에는 약 1년 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퇴직연금 통계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작년 5월4일 올라온 ‘2016년 12월 말 퇴직연금 영업실적 게시’가 마지막이다. 작년에만 이유 없이 5월로 늦어졌을 뿐 그동안 연말 통계는 늘 2월 중순께 나왔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통계게시판에는 자료를 올리지 않았지만 지난달 언론 등을 통해 핵심 통계를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통계 수요자인 퇴직연금업계와의 소통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통계의 효용에 비해 관련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분기별 연 4회 산출하던 통계자료를 지난해부터 연말 1회로 줄였다. 기업들이 대부분 연말에 퇴직금을 적립하는 상황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계 제공 주기를 바꾸기 전에 업계 의견을 수렴하거나 공지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자료를 구하려고 매번 홈페이지만 쳐다보는 통계수요자들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퇴직연금통계, 퇴직연금 제도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입니다.’ 금감원 퇴직연금 홈페이지에 내걸린 문구다. ‘앞으로도 본 사이트를 통해 유의미하고 신뢰성 있는 통계자료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라는 문장도 뒤따라 나온다.

퇴직연금업계는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168조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금감원은 신속한 통계 제공을 통해 시장이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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