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해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선정한 ‘가계부채 위험수위 국가’ 10개국에 포함되며 가계부채 증가율 세계 2위에 올랐다. 오랜 기간 지속된 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우리나라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가계 부채를 경감해주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채무자들의 부담을 줄여줘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그만큼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올해 2월 26일부터 8월 말까지 시행 예정인 빚 탕감 정책은 ‘원금 1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중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채무자를 최대 3년 내에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오랜 기간 탕감하지 못한 채무로 인해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정책은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채무의 책임을 회피해온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 똑같이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이지만 오랜 기간 끊임없이 빚을 갚아온 사람과 채무를 탕감하고자 하는 의지 없이 ‘버티기’만 지속해온 사람 모두 같은 지원을 해주기에는 ‘형평성’에 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 노력 없이 정부의 도움만으로 채무를 전부 탕감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앞으로도 채무 상환의 노력 없이 ‘버티기’만을 지속할 채무자들도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윤리적 문제는 과거 주택담보대출정책에서도 드러났다. 본래 주택담보대출은 독립하거나 정착할 집을 찾는 가정의 주택 구매 부담을 줄여주고자 다양한 대출 방안을 마련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곧 고소득 다주택자의 투기에 의해 정책의 효력이 약화되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중산층의 구매자 대신 투기를 목적으로 한 고소득, 다주택자의 출현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할 대출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상대적으로 고소득, 다주택자들이 더욱 큰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부작용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가계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의 취지는 매우 좋으나, 주택담보대출정책의 사례를 참고하여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빚 탕감 정책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상을 장기소액연체자 중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만으로 한정해야 한다.
박채빈 생글기자(청심국제고 2년) chaebin35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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