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교직원 양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실천운동' 전개
“젊은 남자 선생님이 힘든 일 해야지” “꽃순이는 젊고 예쁜 사람이 해야지” 등 학교 교사들부터 특정 성별을 지칭하거나 배제하는 성차별적 언행을 하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교직원 양성평등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실천운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최근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각계로 퍼지면서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데 따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단에서부터 성평등 문화를 뿌리내리자는 취지다.
서울교육청이 마련한 ‘교직원 양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기본계획’을 보면 △특정 성별 지칭·배제 지양 △외모·몸매·옷차림 평가 지양 △개인의 사생활 존중 △침묵·방조자가 아닌 감시·조력자의 역할 수행 등으로 나눠 일선 학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남자 또는 여자라서 특정 업무를 하지 못한다”거나 “○○부는 남교사가, ○○부는 여교사가 맡아야지” 같은 성역할을 구분하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 등이 지양해야 할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은 당연히 막내가 해야지”처럼 무조건적 위계에 따른 지시도 마찬가지다.
“젊고 예쁜 사람이 따라주는 술이 맛있지” “예쁘다는 건 칭찬인데 왜 불편해하느냐” 같은 말부터 “어리고 예뻐서 학생들한테 인기 많아 좋겠다” “여성스럽게 하고 다니면 애들도 좋아하고 더 예쁘겠네” 등 외모나 몸매를 평가하는 표현은 칭찬이라 해도 문제가 된다고 적시했다.
연애·결혼·가정사 등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제 표현 역시 많았다. “여자친구랑 뭘 했길래 피곤하냐” “아직도 아기 소식 없어? 몸에 좋은 거 먹고 오늘 가서 만들어” “총각이 와서 썸 타야(호감을 가진 상대방과 조심스레 연정을 주고받는 것) 하는데” 따위의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은 물론이고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 있어?” “왜 아직도 결혼 안 하느냐”처럼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일상적 질문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적 농담이나 신체 접촉을 ‘친밀감의 표현’이라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폭력 피해·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서 피해 사실 폭로를 막거나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언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유별나네” “○○씨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네” “여자들은 군대를 안 갔다 와서 예민해” “문제제기 해봤자 너만 손해야” 등이 꼽혔다.
서울교육청은 본청과 산하 기관, 각급 학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성평등 실천 약속’을 이행해나가기로 했다. 가부장적·남성중심적 고정관념으로 인한 그릇된 언행을 바로잡아 학교 현장에서 성평등을 적극 실천하는 구체적 지침이 될 것으로 교육청은 기대했다.
“미투 운동은 새로운 문화혁명의 시작”이라고 규정한 조희연 교육감은 “양성평등 조직문화 실천운동이 우리의 성차별적 의식과 구조, 조직문화를 바꾸길 바란다”면서 “어떠한 형태의 성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 교육청은 인지한 모든 성폭력 사안에 대해 철저히 사실을 확인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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