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2030이 생각하는 '내 집 마련' 이란
수도권 거주 20대 237명 설문
75% 이상 내집마련에 소극적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 꼽아
'10억으로 어디 살고 싶나' 질문엔
강북 새 아파트 > 강남 재건축
"시세 차익보다 안락한 삶 먼저"
전셋집에서도 개성 포기 못해
'나래바'같은 홈인테리어 열풍도
대학원생 윤다혜 씨(27)의 월 50만원짜리 자취방(서울 관악구)은 친구들 사이에서 ‘다혜바’로 불린다. 방송인 박나래가 자신의 집에 마련한 아지트 ‘나래바’에 빗댔다. 윤씨는 가구 여섯 점을 직접 조립하고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로 미니 영화관을 만들었다. 집 한쪽에는 각종 술과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춘 미니 홈바도 있다. 윤씨는 “불확실한 ‘내 집 마련’을 위해 악착같이 저축하기보다는 지금 사는 공간에 정성을 들여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인식이 2030세대에 확산하고 있다. 내 집 마련에 ‘올인’했던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주거 가치관이다. 인턴기자들이 20대 청년의 집에 대한 인식을 들어봤다.
“낡은 재건축보다는 새 아파트”
인턴기자들이 지난 19일부터 4일간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2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5%가 ‘집은 있으면 좋지만 무리해서 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1.7%는 ‘내 집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장만해야 한다’는 응답은 23.8%에 그쳤다.
내 집 마련에 소극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53%)는 답이 가장 많았다. 직장인 정의석 씨(27)는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대출이자 갚기도 벅차다”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집값을 보면 아무리 절약한다고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아파트를 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소기업 제조업 종사자 월평균 임금은 265만원이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전용면적 59㎡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4927만원이다. 급여를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모두 모은다고 하더라도 내 집 마련에 14년가량 걸린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5060세대는 1·2기 신도시 분양 때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반면 청년 세대는 자산에 비해 턱없이 높은 주택가격을 보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억원이 있다면 어떤 주택을 구입하겠냐’는 질문에 ‘서울 강북권의 신축 아파트’라는 응답(49.6%)이 가장 많았다. ‘재건축 예정인 강남 소형 아파트(5억원 대출)’라는 답은 17.4%에 불과했다.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22.9%)보다 낮은 수치다. 대학생 강모씨(25)는 “나중에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보다 지금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다방 관계자는 “20~30대 사회초년생들은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찾을 때 가격외에도 다양한 조건을 꼼꼼하게 따진다”며 “빌트인 가전, 주차장, 반려동물 입주 가능 여부 등을 알아보는 사용자가 많아 관련 검색 필터를 따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사느니 외국 가겠다”
주거지역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학교·직장과의 거리’와 ‘편리한 교통’을 꼽은 응답자가 각각 39%와 34.7%로 많았다. 전원생활보다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희망 주거지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8%가 수도권을 택했다. 지방을 꼽은 응답자는 4.7%에 그쳤다. 외국에 살고 싶다는 응답(7.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강원 원주 출신인 취업준비생 이모씨(26)는 “만약 서울에 자리 잡지 못한다면 고향에 돌아가는 것보다 해외 이민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의 도시 선호는 단순히 교통과 편의시설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입교사 한모씨(25)는 첫 부임지로 세종시를 신청했다. 그는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시골은 안전망이 부족한 것 같아 혼자 살기 두렵다”고 말했다.
‘나만의 공간’ 꾸미기 열풍
집을 개성 있게 꾸미는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향후 1년 이내 집을 새롭게 꾸밀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7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렇다’가 38%, ‘매우 그렇다’가 34.3%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쿠션·조명 등 실내 소품’(49.5%)과 ‘소파 등 가구’(48.1%)에 큰 관심을 보였다. ‘나래바와 같은 개성 넘치는 공간’(31.9%)을 꾸미고 싶다는 응답도 많았다. 그림과 사진 포스터를 수집하는 직장인 장기훈 씨(29)는 “최근 전셋집을 구하면서 벽 페인트칠과 못질을 허용하는 집을 가장 큰 조건으로 내세웠다”며 “비록 임차한 집이지만 사는 동안은 나만의 갤러리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2030세대의 시각으로 이슈 현장을 매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한경인턴기자 리포트’는 청년들의 젊은생각과 품격 있는 한국경제신문의 만남입니다. 이번주는 집과 주거생활에 대한 2030세대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왼쪽부터) 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2학기) 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학년) 인턴기자가 전하는 청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김수현/이인혁/남정민/이건희 인턴기자 suehyun0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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