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수당 150% '주고' 특례업종 축소 '받고'… 새벽 3시 합의한 여야

입력 2018-02-27 19:14
'근로시간 단축' 환노위 통과 막전막후
국회 근로시간 단축 논의 5년 만에 합의

유급휴일 민간 확대 놓고 막판까지 충돌
18시간동안 6차례 정회·속회 거듭 '진통'
28일 법사위…본회의도 통과 가능성 커


[ 배정철/유승호/김소현 기자 ]
“노동계와 경제계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너무나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조정하기가 어려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3당 간사들과 함께 한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단히 균형 있게 합의를 도출했다”며 여야 근로시간 단축 합의 과정을 소개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지난 26일 오전 10시부터 27일 새벽 3시30분까지 18시간에 걸쳐 6차례나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다. 재계와 노동계의 뜻을 대변하는 여야 의원 사이에 간간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같은 밤샘논의 끝에 새벽 3시15분께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2013년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약 5년 만이다.

여야의 주고받기식 협상

여야 의원들은 관공서 공휴일을 민간까지 확대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충돌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미치는 부담을 우려해서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30인 미만 등 영세사업장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지를 놓고 최종 단계까지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26개인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는 데 대한 진통도 있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작년 8월 특례업종을 10개까지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5개까지 추가로 줄이는 데 대한 야당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는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절충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이 요구한 현행 할증률(150%)을 수용하는 대신 한국당은 특례업종을 추가로 축소하고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를 민간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은 장시간 근로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대승적으로 동의해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의 묘 살린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밤샘 토론으로 감정이 격해질 때쯤 정회를 하고 개별 만남을 이어가는 등 운용의 묘를 살렸다. 강 의원은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여야가 정면 충돌할 것 같으면 정회를 하는 등 여야 간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정회 시간 동안 의원들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각자 회의실에서 내부 논의를 이어갔다.

홍 위원장은 여야 이견이 좁혀진 밤 12시,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확인을 받기 위해 김성태 원내대표 자택에 사람을 보내 새벽에 30분간 통화하며 김 원내대표의 동의를 구했다. 환노위는 소위에서 합의에 성공하자마자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작년 11월 여야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놓고서도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압박에 수포로 돌아간 경험이 있어 이번엔 속전속결로 의결했다.

이번 극적 합의에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할 사안을 사법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대법원은 오는 4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임 의원은 “노사 100% 만족은 없다. 아마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불만을 제시할 것”이라며 “저희가 양쪽 다 균형을 맞추려고 한 점을 높이 평가해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실 점거

이날 17명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환노위원장실을 점거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들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근로시간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노동자를 죽이는 노동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근로시간 단축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을 끌 경우 노동계나 경제계가 반발할 시간만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정철/유승호/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