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희망퇴직 신청 급증한 한국GM

입력 2018-02-27 11:08
수정 2018-02-27 11:14
GM 사태에 부평 등 퇴직 신청 많아
군산공장 감원 등 추가 구조조정에 직원들 불안



한국GM 사태로 부평 본사에 퇴직 한파가 불고 있다. 상당수 직원들이 퇴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은 지난 몇년 간 경영 악화로 몇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이전보다 적어도 10배는 많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부평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A씨는 이달 퇴직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직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지난 26일 기자와 통화한 그는 "부평에서도 희망퇴직 신청자들이 꽤 많다"면서 "3월말 퇴사 예정이라 다음달부터 경력직 입사지원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난 이후 지난 13일부터 이달 말까지 사무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자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위로금으로 연봉의 2~3년치를 받는다. 부장급 이하 직원은 위로금으로 연봉의 2년치를 받는다. 옛 대우자동차 시절 입사한 직원들은 연봉의 2.5년치, 퇴직을 앞둔 직원들은 연봉의 3년치를 받는 조건이다. 성과금은 위로금에서 제외됐다.

한국GM은 부평 창원 군산 등 주요 사업장에 직원 1만6000여 명을 두고 있다. 이중 군산공장 근무자 2000여 명은 이미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나머지 사업장에서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지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 측이 한국GM 회생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위기감을 키운다. 희망퇴직 과정에서 적어도 3000명은 회사를 떠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GM 임직원이 아닌 쉐보레 대리점의 영업 인력들도 사정은 똑같다. 앞으로 차가 안팔리면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

한국GM은 지난 4년간 누적 손실이 3조원 규모에 달해도 성과급 잔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사내에선 회사 존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아졌다. 한국GM에 정통한 관계자는 임원급조차 회사 비전에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 과정은 험난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생산성은 낮은 반면 임금은 높은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문제를 키웠다. 고금리이자, 과도한 매출원가율, 이전가격 문제 등 글로벌GM의 불투명한 경영 시스템도 해결해야 한다. 사실상 정부 지원을 받아도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GM의 흑자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고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메리 바라 회장이 취임한 이후 GM은 확실히 달라졌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장은 가차없이 구조조정하는 실적 중심의 '뉴 GM'으로 재편됐다. 한국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 본사에서 철수 기회를 노릴 것이다. 정부가 한국GM을 살려놓는다 해도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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