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기업에는 놓치기 아까운 마케팅 시장이다. 평창올림픽만 해도 전 세계 20억 명이 시청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기업이 평창올림픽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삼성이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빌려 광고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한국 기업이 경기 후원에 대해 오해를 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국정 농단 사태 후 한국에선 기업 후원이 위험한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포츠 지원과 관련, 뇌물 혐의로 1년 가까이 구속됐다가 최근에야 풀려났다. 부친 이건희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공헌을 했지만 경찰은 최근 그를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은 올림픽 개막을 바로 앞두고 삼성전자 본사를 이틀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롯데 효성 등 총수들도 재판에 발이 묶여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功)은 외면한 채, 과(過)만 추궁하는 식이니 기업들이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것이다. 정부의 기업 홀대는 개막행사에서도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는 각국 정상과 정치인들이 초청됐지만 재계 인사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도만 참석했다. 전경련 회장이며 공식 기부사인 GS그룹 허창수 회장, 공식 파트너사인 포스코 권오준 회장, 대한스키협회장인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은 스탠드에서 개막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비록 ‘찬밥’ 신세지만 이번에도 기업들은 적잖은 돈을 냈다. 공식파트너 11개사, 공식스폰서 13개사, 공식공급사 25개사 등 많은 기업이 총 1조원이 넘는 돈을 후원했다. 한 장에 150만원 하는 티켓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야 했다. 죄인 다루듯 하다 돈이 필요할 때만 기업을 찾는다면 한국 기업은 물론 스포츠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