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IT기업이 재난 수습 돕는 방법… 2011년 구글을 보라

입력 2018-01-25 19:25
구글의 72시간

하야시 노부유키 / 야마지 다쓰야 지음 / 홍성민 옮김 / 공명 / 256쪽│1만5000원

동일본 대지진 2시간도 안돼 생존자 검색 서비스 선보여
피해현장 찾는 이재민들 위해 실시간으로 위성사진 갱신도

원동력은 구글이 일하는 방식… 근무시간 20% 유연하게 활용
자발적으로 재난 솔루션 찾아


[ 심성미 기자 ]
최근 한국에서는 재난 재해가 이례적으로 자주 발생했다. 2016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경북 포항에서 5.4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미뤄졌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 아직도 수백 명의 이재민은 임시 거주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재난 사고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경주·포항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재난이 발생해 우왕좌왕할 때 우리는 어떻게 친구나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거래하던 기업의 피해 상황을 알 수 있을까.

《구글의 72시간》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최악의 재난이 발생했을 당시,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이 어떻게 신속하게 재해 대응 서비스를 개발해 사람들을 도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IT 전문기자인 저자들은 수십 명의 구글 직원을 직접 취재해 동일본 지진이 일어난 뒤부터 수개월간 구글이 30여 개의 재해 대응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동일본 지진이 발생한 건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구글이 재난 대응 서비스로 처음 내놓은 것은 ‘퍼슨 파인더’다. 지진 발생 1시간46분 뒤인 오후 4시32분에 공개했다. 생존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름과 신체 특징, 주소 등을 등록해 가족과 지인에게 생존을 알리는 서비스다. 혹은 가족이 실종자의 신원을 올리면 그 사람을 주변에서 목격한 이가 마지막으로 실종자를 발견한 장소를 적거나, 대피소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한 사람이 ‘그 사람은 현재 대피소에 있다’고 짧게 적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플랫폼을 제공하자 순식간에 5000여 명의 봉사자가 각 지역의 재난 대피소에 붙여진 명단을 촬영해 구글에 투고했다. 3월29일까지 처리한 화상은 1만 장 이상, 등록한 데이터 건수는 14만 건 이상이었다. 같은 방식의 ‘애니멀 파인더’ 서비스도 호응이 높았다.

구글의 위성지도 데이터 역시 재난 복구에 큰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재난 지역 주변에서 통행 실적이 없는 도로를 위성 사진으로 바꿔봤다. 차가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의 도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면 자동차로 피해 현장을 가려는 사람들은 이 도로를 피해갔다. 가족과 지인들의 집이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해일에 휩쓸리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이재민 가족이나 지인들은 위성사진으로 재난 현장을 파악했다. 구글은 실시간으로 계속 위성사진을 갱신했다. 급기야 구글은 독자적으로 항공 사진을 찍어 제공하기도 했다.

긴급 재해 대응이 일단락된 뒤에는 복구단계로 넘어간다. 제일 중요한 지점은 피해 현장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 물자와 돈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구글은 ‘도호쿠 비즈니스 지원 사이트’를 개설했다. 해안부와 달리 전력과 가스가 회복된 센다이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다시 일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센다이 지역 기업의 무사 소식을 확인하는 ‘비즈니스 파인더’를 개설하고, 유튜브에는 ‘동일본은 영업 중!’이라는 채널을 개설해 상인들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저자는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구글의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는 데 엄청난 효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각종 빅데이터와 서비스 실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구글이 빠른 속도로 제공한 재난 대응 서비스 자체이기도 하지만 ‘구글이 위기 상황 속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담당자들은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몇 시간~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 결재 단계는 모두 무시했다. 서비스 공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구글의 위성 사진을 공개하는 플랫폼으로 공식 계정 대신 개인 계정을 사용하거나, 저작권 문제를 무시하고 TV 뉴스를 유튜브에서 생중계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준에 맞게 실무자 직원들이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린 덕분이었다. 업무 시간 중 20%는 자신의 일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는 ‘20% 룰’ 역시 구글의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재난 솔루션을 찾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다음 해인 2012년 첫 출간됐고, 2016년 개정판이 나왔다. 처음 쓰여진 지 6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기술도 있다. 하나의 재난 대응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고 촘촘하게 써놨기 때문에 읽기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재난 상황에서 IT 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사회에 어떤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답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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