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 만났다" 해외 거래처 길 터준 무역보험공사

입력 2018-01-24 19:32
수정 2018-01-25 06:56
무역보험공사 '벤더 페어'

"오만 정유플랜트에 한국 제품 써달라" 요청
230여개 플랜트 기자재업체
해외 구매담당자와 상담·면접
중소·중견기업에 7억달러 사업 기회


[ 안대규 기자 ]
2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한국무역보험공사 본사 17층 대강당. 전국 230여 개 플랜트 기자재 업체의 해외영업 담당자 400여 명이 ‘5분 면접’을 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면접관은 영국 페트로팩, 스페인 TR, 이탈리아 사이펨, 네덜란드 CB&I 등 글로벌 플랜트 업체의 구매담당자들이었다. 기자재를 납품할 수 있는 벤더 자격을 따내기 위한 면접이었다. 참가 기업이 몰리면서 업체당 5분의 시간만 주어졌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을 설득하는 5분 PT(프레젠테이션)를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는 무역보험공사가 기획했다. 오만과 쿠웨이트가 짓는 82억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건설사업에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10억달러 지원을 검토하면서 계기가 마련됐다. 무보는 공사를 따낸 플랜트 업체에 “자금을 지원할 테니 한국 기자재 업체들을 써달라”고 요청해 ‘벤더 페어’라는 이름의 협력업체 선정행사가 열리게 됐다.

경남 양산에 있는 배관 밸브제작업체 BMT의 김상진 부장은 “10시간 넘게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가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던 업체의 구매담당자를 한꺼번에 만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참가 업체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통역 없이 1 대 1로 구매담당자 설득에 나섰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유수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에 벤더로 등록하기 위해 플랜트 업체를 만나는 일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될 정도다. 등록신청 마감 후에도 참여 요청이 쇄도하자 무보는 대상 기업을 막판에 50여 곳 늘렸다.

오만과 쿠웨이트의 합작 국영회사인 DRPIC는 올해부터 2022년 초까지 하루 23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정유설비를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밸브, 보온자재, 기계장비, 펌프, 냉난방설비, 철골, 전기설비 중 상당수 기자재에 한국산(産)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발주처는 자금공급자, 공사를 수주한 플랜트 업체는 발주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무보가 잘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무보는 향후 4년간 한국 기자재 업체에 약 7억달러의 사업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 상반기까지 이날 행사에 참가한 업체 230여 곳 중 100여 곳이 추려져 플랜트 업체 6곳의 벤더로 등록되면 최종적으로 30~40여 곳이 납품하게 된다.

저유가로 최근 2년간 역대 최악의 일감 부족에 직면한 국내 플랜트 기자재업체들은 ‘가뭄에 단비’를 만났다는 반응이다. 2014년 600억달러였던 해외 플랜트 수주는 지난해 300억달러로 반토막 났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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