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당일 급락… 다음날 반등
정부 대책마저 투기에 악용
[ 정지은 기자 ]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회의가 언제 열리는지가 매수 신호가 되는 지경입니다. 이젠 대책회의 일정을 공유하기도 무섭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공무원의 얘기다. 그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가상화폐 대책회의 일정이다. 대책 내용보다도 일정 문의가 더 많다고 했다. 이런 질문은 가상화폐 TF 관계부처 공무원뿐 아니라 기자들도 수시로 받고 있다. 지인의 지인이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신문 독자라면서 일정을 묻는 전화나 이메일도 많다.
최근 이런 문의가 ‘폭주’하는 것은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도를 넘어서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상화폐 대책 회의가 열릴 때마다 가격이 급락했다가 다음날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자 대책회의 일정을 기준으로 매수, 매도 전략을 세우는 거래자들이 많아졌다. 회의가 언제 열리느냐를 수소문해 투기 전략을 세우는 식의 새로운 공략 수법도 생겨났다.
지난달 28일에는 회의가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정이 돌아다녔다. 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가상화폐 TF’ 일정 역시 모바일메신저에서 거래자들 사이에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한은의 TF는 제재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결제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만 진행한다고 하니 안심하라’는 식의 글도 함께 퍼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는 과정마저 거래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시장 과열이 도를 넘어섰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TF 관계자는 “TF에 참여하는 인력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법무부 등 여러 군데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일정을 완벽하게 비밀에 부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책이 완성될 때까진 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거래소 규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입법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규제 사각지대를 채우기 위해 은행들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투기 거래가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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