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고삐죄는 마크롱 정부
81개사 1000억유로 지분 보유
샤를드골 공항 민영화 추진나서
미국 투자은행에 매각 타당성 자문
에너지·복권기업 지분 일부도 처분
< 유니콘 :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
[ 추가영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초부터 국영공항 운영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공기업 개혁 고삐를 죄고 있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할 100억유로(약 12조원) 규모의 ‘혁신펀드’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공기업 민영화를 달성하면서 스타트업 육성도 지원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다.
프랑스 정부는 방위산업체 사프란, 자동차업체 르노, 프랑스전력공사(EDF) 등을 비롯한 81개 공기업 지분을 갖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 지분 가치는 1000억유로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복권업체 프랑세스 데 쥬(FDJ)의 지분을 매각하고, 에너지기업 엔지 지분도 추가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엔지 지분 4.5%를 매각해 15억3000만유로를 확보했다. 통신사 오랑주 지분 일부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특히 파리 주요 공항인 샤를드골공항과 오를리공항을 운영하는 국영기업 아에로포르 드 파리(ADP) 지분 매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 가치가 156억달러에 달하는 ADP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4~2016년 경제산업부 장관 당시에도 ADP 매각을 추진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ADP 지분 매각 타당성을 타진하려고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자문했다고 FT는 전했다. 투자은행 나타시스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가 ADP 민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정부 지분율이 높은 공기업의 경영이 장기적으로 망가지는 사례가 많다고 2015년 보고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공기업 지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
프랑스 국가투자청(APE), 공공투자은행(Bpifrance), 공탁국(CDC) 등 3개 기관이 주로 공기업을 관리한다. 회계감사원은 이들 3개 기관 간 혼선이 공기업 재정 손실과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회계감사원은 “정부는 좋은 주주가 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다비드 아제마 전 APE 청장조차 “최고경영자(CEO)를 장관이 임명하는 등 정치적 간섭이 공기업 경영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국가 기간산업 분야 공기업 매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일각에선 공기업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민간기업을 통해 혁신펀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기업 노조의 반대도 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프랑스 최대 노조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의 로랑 베르제 위원장은 정부의 공공자산 매각에 대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선거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젊은 프랑스’의 르네상스(부흥)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노동법 개정 등 취임 후 7개월간의 성과를 소개하고 “2018년에도 동일한 강도로 변혁을 추진하겠다”며 “이것이 유권자들이 나를 뽑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노동개혁과 법인세율 인하 등 친(親)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대를 회복해 개혁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