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해 투자의욕 꺾고 연기금 헐어 복지 늘리기보다
투자환경 개선, 창업환경 다져야"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무술년(戊戌年) 새해는 큰 폭의 복지지출 증가로 국가 재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복지정책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어야만 지속 가능하다.
정부는 2018~22년 5년간 178조원이 추가 소요될 각종 일자리지원 정책과 복지확대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세입확충을 위해 세계적인 법인세율 인하 추세에 역행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율도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엄청난 부담이 몰아치고 있는데 법인세율마저 올라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어놓고 있다.
이렇게 세법을 개정해도 지출이 많은 까닭에 국가채무는 2018년 709조원에서 2020년 793조원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8년 39.6%에서 2020년 40.3%로 처음으로 위험수위로 간주되는 40% 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2030년대 초반 재정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재정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 비중이 커 예산운용을 제약하고 있다. 2018년 예산 중 복지지출 비중은 34%, 여기에 군인·공무원연금 보전과 건강보험 보전분을 합하면 38%에 이르러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지출은 줄이고 연구개발 산업정책 부문 지출도 미미한 증가에 그치고 있다. 복지지출, 군인·공무원연금 보전, 건강보험 보전분 합계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커져 2030년께면 50%를 넘게 되면서 정상적인 예산운용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재정사정이 어렵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각종 연기금과 사회보험을 헐어 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정수입 중 기금수입을 2018년 152조원에서 2020년에는 164조원으로 계상하고 있다. 현재 기금은 67개가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기금여유자금은 국민연금기금에서 516조원, 주택도시기금에서 41조원 등 637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2050년께,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빨리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청약예금과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구성된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청약예금 가입자들이 주택을 분양 받을 때 돌려줘야 하고 국민주택채권도 만기가 돌아오면 갚아야 하는 국민의 예금인 셈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우선 헐어 공공임대, 공공지원, 공공분양 100만 가구 주거복지계획을 밝히고 있다. 우선 공공지원 공공분양 35만 가구에 필요한 재정 119조3000억원은 재정에서 13조5000억원, 주택도시기금에서 106조원(연간 21조2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에도 주택도시기금 25조원(연간 5조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합하면 주택도시기금에서 연간 26조2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인데 지난해 10월 말 현재 여유기금이 42조2000억원이고 연간 약 10조원 정도 추가로 조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일자리 정책에는 고용보험기금을 11조원 사용하는 것으로 계상하고 있는데 이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케어’라고도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2018~2022년 5년간 30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건강보험기금은 2018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23년에 고갈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담당하게 될 장기요양보험도 이미 적자상태고 2020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2030년께 정상적인 재정운용이 어려워지는 데다 각종 연기금 사회보험은 2020년 전후, 국민연금기금도 2050년께 고갈될 전망인데 지출명세는 계속 날아들고 있다. 다음 세대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투자환경을 개선해서 대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고 규제를 혁파해 창업환경을 다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위기를 예방해 다음 세대의 비극을 막는 정책들을 내놓는 일이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