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상장사 주총일 분산 유도… 슈퍼 주총데이 관행 없애겠다"

입력 2017-12-20 17:41
주주총회 먼저 여는 기업에 인센티브 주는 방안 검토
정부 차원서 일정 조율할 수도

기업들 "주총 방해하는 주총꾼 대처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 김우섭/강영연 기자 ] 내년부터 900여 곳의 상장회사 주주총회가 하루에 열리는 ‘슈퍼 주총데이’가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3월 주총에 앞서 상장사들이 한국상장사협의회와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일정을 조율, 주총을 분산 개최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상장사들이 일정 조정에 실패하면 하루에 열 수 있는 주총 기업 수를 묶는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조기 개최 기업에 인센티브”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열린 전자투표·전자위임장 모바일서비스 시작 기념식 축사에서 “한꺼번에 많은 상장사가 주총을 여는 ‘슈퍼 주총데이’는 하루빨리 시정해야 할 관행”이라며 “내년부터 상장사들의 분산 개최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특정일에 주총을 여는 기업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3월24일 주총을 연 상장사가 924곳으로 전체 12월 결산 법인(2070개)의 44.6%에 달했다. 특정 3일 동안 주총을 연 기업 비율도 73.0%(2014년 기준)로 높았다. 같은 기간 영국이 6.4%, 미국이 10.3%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한국처럼 특정일에 주총이 몰려 있다고 알려진 일본도 48.5% 수준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8년 동안 2월에 주총을 열고 있는 넥센타이어가 모범적 사례”라며 “제도적 측면보다는 주총을 대하는 기업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금융위는 예탁원과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과 협의해 내년 3월 전에 상장사들이 주총을 나눠 열 수 있도록 자율결의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상장사의 주총 계획을 받아본 뒤 여건이 되는 기업은 조기 개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에 나설 계획”이라며 “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인 섀도보팅(shadow voting) 폐지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장사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후 논의를 통해 주총을 앞당겨 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주총꾼’ 난립 우려도

금융위는 가급적 상장사 자율에 맡겨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정부 차원에서 일정을 조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주총 개최가 가능한 상장사의 최대 개수를 설정하고 먼저 신고한 법인에 우선권을 주는 대만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대만 금융감독위(FSC)는 2010년 11월부터 하루 최대 200개 기업만 주총을 열 수 있도록 제한했다. 2015년부터는 100개로 줄였다. 기준은 선착순이다. 각 기업은 주총을 앞두고 희망 날짜를 하나 정해 온라인을 통해 신청한다. 특정 날짜에 주총을 신청한 기업이 100곳을 넘었으면 다른 날짜를 2개 더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사전에 주총 신청을 받은 뒤 신청 기업이 많은 날엔 추첨으로 주총 개최 기업을 정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부가 주총 분산 개최 방안을 내놓기로 한 이유는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다. 올해 말 섀도보팅 폐지가 확정된 가운데 주총에서 의결권 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규제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주총 날짜를 정하는 게 낫다”며 “추후 논의를 통해 슈퍼 주총데이 관행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기업들은 주총 분산 개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했다. 코스닥 상장 기업 관계자는 “주총을 몰아서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상습적으로 주총을 방해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주총꾼’ 때문”이라며 “이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섭/강영연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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