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차남규·김창범 부회장 승진…순혈주의 깨고 외부인재도 중용

입력 2017-11-17 19:48
수정 2017-11-18 07:05
한화그룹 사장단 인사
사업구조 개편 주도한 일등공신
경영조정위원회 출신 두 명 승진

삼성전자 출신 옥경석 사장 발탁
면세점 사업 적임자 김은수 등
전문성 갖춘 내부 인재 기용


[ 김보형 기자 ] 한화그룹이 17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은 한화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기 위해 최고위직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성장 주도 ‘경영조정위’ 중용

이번 인사의 특징은 그룹 내 최고 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원회(경영조정위)’의 성과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우선 그룹 금융부문을 이끌어온 차남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 부회장은 2011년 12월 한화생명 사장 부임 후 그룹 경영조정위 금융부문 위원을 맡아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그룹 금융회사의 성장과 수익성을 견인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또 해외시장 개척과 핀테크·빅데이터 등 미래형 금융 서비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다.

김창범 사장도 경영조정위 유화·에너지부문 위원으로 화학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친환경 가소제 등 석유화학 분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도 달성했다.

차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경영조정위 의장을 맡고 있는 금춘수 부회장과 함께 김승연 그룹 회장을 보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관계자는 “2013년 시작된 경영조정위는 사업구조 개편을 주도하면서 그룹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8위(자산 기준)인 한화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1조314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3조2060억원으로 뛰었다. 당기순이익 규모로는 재계 5위다. 올해도 (주)한화와 한화토탈 등 주력 계열사 실적이 작년을 웃도는 만큼 1952년 창사 이후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외부영입 인재 중용

한화는 또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발굴하는 한편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외부 인재를 발탁했다. 그룹 모태인 (주)한화 화약부문 대표에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옥경석 사장을 선임한 것이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부문 경영지원실장 출신인 옥 사장은 지난해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사업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한화건설 경영효율화 담당 사장을 맡았다.

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한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는 아더앤더슨코리아와 PWC컨설팅, 동부화재를 거쳐 2013년 한화손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회사의 영업 체질을 개선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여승주 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은 2015년 한화투자증권 대표를 맡아 주가연계증권(ELS)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하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며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7월부터는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으로 금융 계열사의 신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재도 두루 발탁했다. 한화갤러리아 대표로 내정된 김은수 부사장은 한화 유럽·미국법인을 담당한 글로벌 전문가다. 강한 추진력을 갖춰 한화가 새롭게 진출한 면세점사업 강화와 한화갤러리아 신규 점포 확장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적임자로 꼽힌다.

(주)한화 재경본부장에서 한화저축은행 대표를 맡게 된 김성일 전무는 자산운용과 투자증권, 손해보험 등을 거쳐 금융부문 경험이 풍부하다. 한화역사 대표에는 한화건설에서 재무실장을 지낸 박병열 전무를 내정했다. 이들 신임 대표는 각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 재계서 주목받는 한화 '경영조정위원회'

계열사간 이해관계 조정자 역할…방산 빅딜· 대규모 투자 이끌어

한화그룹의 ‘경영조정위원회(경영조정위)’ 위원인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조정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는 주요 경영사항을 협의하고, 계열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2013년 4월부터 그룹 최고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조정위는 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부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차남규 부회장(금융부문)과 김창범 부회장(유화·에너지), 이태종 대표(방산·제조), 최광호 대표(건설·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경영조정위는 인수합병(M&A)과 대규모 신규 투자 등을 안건으로 매주 한 번 정기적으로 열린다.

경영조정위는 한화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5년 삼성그룹에서 삼성종합화학 등 석유화학·방산 4개사를 인수하는 ‘빅딜’을 이끌어낸 것도 경영조정위다. 한화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2014년 8조원에서 작년엔 19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4년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로 나뉘어 있던 태양광사업부문을 한화큐셀로 통합하는 작업도 경영조정위가 자문을 맡았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영업이익(2408억원)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면서 글로벌 태양광 1위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영조정위가 그룹의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2014년 비주력부문인 한화L&C 건자재사업과 제약 계열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하면서 한화그룹의 체질 개선과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영조정위는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제시로 계열사 경영 자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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