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7인의 현자’로 불립니다. 혹은 ‘경제계 7인의 권력자’로도 일컬어집니다. 금통위원은 재정정책과 함께 거시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을 결정합니다. 대통령을 웃도는 연봉에 비서와 승용차 등 받게 되는 의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제계 최고 명예직으로 꼽히는 만큼 금통위원 선임 시즌이 되면 학자나 관료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경쟁도 치열합니다. 이런 7인의 현자가 최근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저(低)물가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성장세는 강해지고 있는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좀체 오르지 않고 있거든요. 경기가 회복세를 띠면 인플레이션은 함께 높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죠.
성장과 물가간 상관관계가 어긋나면서 최근 경제학자들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저물가에 대한 논쟁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차가 있을 뿐 상관관계가 완전히 깨진 건 아니다” “저물가를 용인한 상태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식이죠. 일각에선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한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역할에 변화가 필요해졌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 아래서 머물고 있는데다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 ‘인플레 파이터’ 역할이 아닌 고용 등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논리죠.
실제 지난해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으로 목표치(전년 동월 대비 2%)를 0.5%포인트 넘게 이탈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처음으로 대국민 설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한은 입장에서도 과거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또 다른 주요 변수가 생긴 셈입니다. 지난 10월 한은 금통위 회의에선 6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 상태입니다. 채권 시장 금리는 이미 한은의 금리 인상을 선(先)반영하고 있고요. 이 때문인지 지난달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이 저물가 이슈를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물가를 감안한 통화정책 결정 방향에 대한 의견도 팽팽하게 맞붙었습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고용률이나 실업률에 비춰 고용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고용보조지표로 본 유휴노동력은 전년 동월에 비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은퇴 연령층의 노동 시장 잔류, 여성층의 파트타임 취업 등에 따른 것으로 이런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믈가 상승 압력 증대가 당분간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금통위원은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의 차이를 나타내는 GDP 갭률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물가 경로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내년에 근원물가상승률(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집세나 공공요금의 오름세 둔화 전망에도 확대되기 위해선 개인서비스물가의 상승률이 상당 폭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자영업자 증가 등을 통해 서비스물가의 오름세를 제약하는 건 아닌지, 전자상거래 확대 등에 따른 시장의 경쟁 심화와 상품물가뿐만 아니라 서비스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금통위원도 있었습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한 금통위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나 캐나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하회하는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도 Fed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정책금리 인상 경로는 변경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또 다른 금통위원은 “Fed나 캐나다 중앙은행의 경우 경기 회복세가 앞으로 물가 상승 전망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됐기 때문에 정책금리를 인상한 것”이라며 “통화당국이 물가의 오름세가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합당성 측면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금통위원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과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매월 한 차례 씩 진행되는 간담회에서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지표나, 금통위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답니다. 저물가 이슈는 오는 30일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되든, 동결되든 한 동안 경제학계 최대 화두가 될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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