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전속거래 강요 땐 형사처벌

입력 2017-11-07 19:23
수정 2017-11-08 06:03
공정위, 연내 법 개정안 발의
'부당 경영간섭 행위' 명시
빠르면 2018년 상반기 시행

중기중앙회 요청사항 반영
처벌 기간 10년 확대 검토

"지금 법으로도 규제 가능
하청업체 되레 피해" 우려도


[ 임도원/김낙훈 기자 ]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타사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는 ‘전속거래’가 내년부터 법으로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속거래를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로 간주해 형사처벌로 다스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상 원사업자가 하청업체의 경영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의 한 유형으로 전속거래를 명시할 예정이다.

하청업체가 대기업의 핵심적인 영업비밀을 공유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전속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금도 공정거래법에 전속거래와 관련한 처벌 조항이 있긴 하다. 공정거래법 23조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한 기업은 매출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해당 기업이 상대방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반면 하도급법 개정안에서는 원사업자가 하청업체에 대해 무조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처벌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공정위의 방안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요청해온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하도급거래 공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은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의 부당한 전속거래 관행을 규제하기에 매우 제한적”이라며 “하도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전속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는 기존 ‘3년’보다 더욱 확대된 ‘10년 내 발생한 불공정행위’를 조사 및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와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전속거래관계에 있는 협력중소기업의 경영성과를 발표하면서 “전속거래가 중소협력사에는 진입장벽을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지만 납품단가 인하, 거래 모기업의 리스크 전가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은 최근 3년간(2014~2016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보면 완성차업체 6~9%대, 완성차업체 계열사 7%대, 전속협력업체 3%대로 조사돼 격차가 뚜렷하다”며 “전자산업의 최근 3년간(2013~2015년) 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은 9~13%대, 전속협력업체는 3%대로 6~10%포인트의 경영성과 격차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하도급 관계가 수직적 거래에서 수평적 거래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는 기존 하도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며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되는 등 그동안 법 개정이 있어온 만큼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모기업과 협력업체 간 영업이익률 차이는 하도급 관계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연구개발 등 많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며 “만약 전속거래구조가 허물어지면 오히려 기존 하청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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