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젊은층이 모바일 시장 주도
소비자 구매력 지속 증가
스타트업·전자상거래 급성장
미국·일본 등 기업들 투자 쇄도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 완화
유통 등 한국기업 투자 활발
[ 추가영 기자 ]
인도네시아는 지난 5년간 모바일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증했다. 그 덕분에 모바일로 공급과 수요를 즉시 연결하는 온디맨드(주문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사용자는 1억3270만 명에 달해 전체 인구 2억5620만여 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6310만 명에 달한다.
자카르타 등 대도시의 심각한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인 고젝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젝은 올해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로부터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싱가포르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인아시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은 지난달 1551개로 집계됐다. 미국(3만7478개) 인도(3912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젊은층 중심으로 모바일 시장 확대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은 인도네시아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 1억80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산층이 늘면서 인도네시아 소비자의 구매력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산층은 1960만 가구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모바일 기기로 앱을 이용해 쇼핑·금융 거래 등을 하는 스타트업의 잠재고객은 약 6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기업 투자 몰려
내수시장과 인적 자원의 가능성을 보고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의 성장에 베팅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콜택시, 음식 배달, 세탁 등 온디맨드 서비스뿐 아니라 전자상거래와 핀테크(금융+기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기업 토코피디아는 지난 8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로부터 11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전자상거래기업 코이슨도 지난달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3400만달러를 조달했다. 구글 등에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라쿠텐, 미국 온라인 여행중개업체 익스피디아 등도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3년에 7억5000만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18억5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19년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이 38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급결제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스타트업전문매체 데일리소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지급결제 스타트업은 140개에 달했다. 에이드리안 리 컨버전스벤처스 파트너는 “인도네시아가 디지털 경제로 도약하면서 중국의 성장세를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대(對)인도네시아 투자액은 300억달러에 달했다.
인프라 구축도 활발
인도네시아 정부도 창업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디지털 혁명을 위해 2020년까지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 3월 투자제한 목록의 외국인 투자 지분율 규제를 완화한 것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KOTRA는 평가했다. 45개 업종에 걸쳐 외국인 투자가 전면 개방돼 외국인 투자 지분율의 제한을 없애거나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외국인 투자를 100%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1000억루피아(약 83억원) 이상의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할 때 외국투자지분을 100%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BAV컨설팅이 6000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기업하기 좋은 국가 5위를 차지했다.
한국 유통업체 ‘포스트차이나’ 공략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한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도 인도네시아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열었다. 롯데는 2008년부터 유통과 화학부문에 집중 투자해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매출의 약 15%를 올렸다.
크레온 등 게임회사를 비롯해 한국 스타트업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오케이홈은 홈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 퍼블리싱(운영·유통)기업인 크레온에서 분사한 에핀은 인도네시아에서 PC방 관리 솔루션 및 광고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KOTRA 자카르타무역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최소 자본금이 100억루피아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라며 “인프라 투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편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초기 투자를 위해 철저한 환경 및 시장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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