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는 왜 빼빼로를 팔아 집을 지을까

입력 2017-11-02 08:45
수정 2017-11-02 09:19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11월 첫날이 되면 식품 담당기자의 이메일 수신함은 ‘빼빼로’로 빼곡해집니다. 편의점과 제과, 제빵 업계 등에서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마케팅 전쟁을 벌이기 때문인데요. 올해는 어느 때보다 화려한 콜라보가 눈에 띕니다. 편의점마다 피카츄, 보노보노, 미니언스 등과 협업한 빼빼로를 내놨고,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이나 에잇세컨즈의 코트를 주는 경품 이벤트까지 생겼습니다. 미니스톱은 빼빼로데이 기획상품만 100여 종에 달합니다. 제주도 동백꽃 일러스트를 넣은 여성 취향의 동백빼빼로, 웹툰을 그려넣은 웹툰빼빼로는 물론 빼빼로 손목쿠션, 캔디모양의 빅봉봉 등까지 제작했습니다. CU는 보노보노 캐릭터를 넣은 20여가지 빼빼로, 보노보노 무드등을 만들어 한정판매 한다고 합니다.

유통업계가 왜 이렇게 빼빼로에 목숨을 걸까요. 롯데제과의 빼빼로 연매출은 1000억원이 넘습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11월 한 달간 팔려나갑니다. 해태제과의 포키와 프리츠 등을 포함하면 11월에 팔리는 스틱과자만 700억원어치. 편의점과 마트가 ‘빼빼로 특수’를 놓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편의점 등 유통회사들은 빼빼로를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보이게 할까를 1년 내내 고민하고 협업사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모두 약속이나 한듯, 11월 1일에 동시에 마케팅을 시작하지요.

정작 이상한 건 빼빼로를 만든 주인공 롯데제과가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빼빼로데이와 관련한 광고나 마케팅을 오히려 11월에 확 줄이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빼빼로데이를 20여년 간 챙기면서도 동시에 “과자회사 롯데의 상술이 너무하다”고 비난해왔습니다. 빼빼로와 비슷한 과자가 없었으니 ‘빼빼로데이’가 마치 고유명사가 된 셈인데, 이 때문에 롯데제과는 빼빼로가 잘 팔려 좋으면서도 억울한 게 많았다고 합니다.

빼빼로데이는 사실 롯데제과가 만든 게 아니라 여중생들 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지요.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 지역 여중생들이 1이 네 번 반복되는 11월 11일에 친구들에게 ‘빼빼 말라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라’는 의미로 과자를 주고 받으며 생겨난 걸로 전해집니다. 이후 비슷한 과자를 만드는 일본 글리코사에까지 이 이벤트가 알려지며 1999년 일본에 ‘포키와 프렛츠의 날’이 생겼죠. 이날 글리코사는 자동차 11대와 11만1111명에게 경품을 지급하는 행사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롯데제과는 ‘상술’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빼빼로데이에 마케팅을 하는 대신 어린이들을 위한 집을 짓고 있습니다. 올해로 5년째. 빼빼로 수익금 일부로 전국 지역 아동센터를 돌며 건물을 지어주는 것인데요. 지난 달 30일에는 전남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에 총면적 872㎡(264.2평)에 5호 스위트홈을 개관했습니다. 이 센터는 지역 아이들이 휴식과 놀이, 학습과 상담까지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름도 지역 아이들로부터 공모를 벌여 ‘알록달록 지역아동센터’로 지었다고 합니다. 전북 완주점, 경북 예천점, 강원도 영월점, 충남 홍성점 등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부족한 지역만을 찾아가 5개의 빼빼로 센터가 완공됐습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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