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데이터 민간에 판 심평원 '불법과 합법 줄타기'

입력 2017-10-30 17:35
현장에서


[ 이지현 기자 ] “개인 진료기록이 민간 보험회사 등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이 대표적이죠. 이번 사태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을 키우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한 병원 관계자는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정보 유출 사태가 환자 치료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사평가원이 KB생명보험 등 여덟 개 민간 보험사와 두 개 민간 보험연구기관에 3년 동안 6420만 명의 개인 의료기록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심사평가원이 ‘공익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료 빅데이터 사용 규정을 어기고 민간 보험사에 넘겨 이들이 보험상품 개발 자료로 악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각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심사평가원이 심사평가 기능 외에 빅데이터 산업화 등의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단체들도 비난 수위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원협회 등은 성명을 내고 “심사평가원이 진료 정보의 주인인 의사와 환자 동의 없이 진료정보를 제공한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환자 진료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판 공공기관은 세계에서 심사평가원이 유일하다”고 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심사평가원이 제공한 정보가 민간 보험사의 보험 가입자 차별 등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사평가원이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지운 비식별 정보를 제공했다 해도 민간 보험사에서 보유한 진료기록 등과 연계하면 어떤 환자의 기록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질환이 있는 사람의 신규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 빅데이터 연구자들은 이번 사태로 국내 빅데이터 연구가 위축될 것으로 염려했다.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강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이번 사태로 개인 의료정보 활용에 제약이 커지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빅데이터 연구 등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은 늘리고 빅데이터가 악용되는 것은 막는 묘수가 필요한 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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