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포커스] IS '칼리프국가' 3년 여만에 붕괴 직면… 핵심 근거지 락까, 국제동맹군에 함락당해

입력 2017-10-23 09:01
이라크·시리아 불법점령 3년여 만에 퇴출
테러·공포정치로 악명 "재건 쉽지 않을듯"


[ 임현우 기자 ]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주민들을 억압하고, 해외 곳곳에서 연쇄 테러를 자행해 악명을 떨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기세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자신들이 ‘국가 수도’로 삼아온 시리아 중북부 도시 락까에서 지난 17일 국제동맹군과의 전투에서 패해 쫓겨났다.

미군의 지원을 업고 IS와 싸워온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은 이날 “락까를 완전 장악했으며, 도시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드군 등 아랍계 부대가 연합한 SDF는 최근 4개월여 동안 락까를 놓고 IS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IS 조직원들은 민간인을 붙잡고 저항했으나 락까를 함락당하기 며칠 전부터 잇따라 투항, 철수하며 전열이 와르르 무너졌다. 국제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4개월여의 락까 전투로 최소 3250명이 숨졌으며 이 중 3분의 1은 민간인이었다. 또 락까 시내의 8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1999년 작은 테러조직을 모태로 출발했으나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3년 전부터다. 2014년 1월 시리아 락까를, 6월 이라크 모술을 장악하고 인근 대도시와 고대도시, 유전지대 등으로 점령지를 확대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수많은 민간인들이 IS를 피해 난민 신세로 떠돌며 고초를 겪었다. IS는 납치, 감금, 고문, 살해, 공개처형이 난무하는 공포정치로 주민들의 자유를 빼앗았다. 소수민족을 성노예로 삼기까지 하는 만행에 중동의 다른 수니파 국가들마저 등을 돌렸다.

IS는 과거 여느 무장조직들과 달리 주권국가 흉내를 냈다.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인 ‘칼리프국가’를 선포한 뒤 화폐를 발행하고 세금도 부과했다. 불법 점령지에서 마치 정상적인 국가인냥 행세한 것이다. “이상향이 실현됐다”는 IS의 선전에 현혹된 세계 각지의 무슬림이 시리아로 몰려들기도 했다. IS 조직원 혹은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범들은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켜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빠트렸다.

기세등등하던 IS는 2015년 하반기 미국 주도로 국제동맹군이 격퇴 작전을 본격화하면서 물리적 기반이 점차 축소됐다. 올 7월 ‘경제 중심지’ 모술에서 패퇴(敗退)한 데 이어 ‘상징적 수도’ 역할을 했던 락까에서도 밀려나 치명상을 입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로서 IS의 존립 기반이 사실상 붕괴됐으며 예전과 같은 세 확장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IS '완전 궤멸'로 보긴 일러… 게릴라식 테러 위험은 여전

이제 지구촌은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서 벗어난 것일까. 그렇게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IS가 주요 거점 도시를 잃긴 했지만 아직 조직 전체가 궤멸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탈레반처럼 주변 지역에서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거나, 해외 각지에서 세력을 모아 테러를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동맹군에 따르면 IS 수뇌부와 핵심 자원은 락까가 포위되기 전 도시를 벗어나 유프라테스 중류 계곡 일대로 빠져나갔다. 다른 근거지에 머물던 조직원들도 이 때를 즈음해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 지역으로 이동했다.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주에서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걸쳐 형성된 이 지역에서는 IS의 장악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 밀집 지역인 이곳이 IS의 ‘최후 근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S는 국제군의 공격에 대비해 유프라테스 중류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구도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IS의 우두머리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은신처 후보지로 꼽힌다. 2014년 IS 칼리프로 지명된 알바그다디는 오랫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때 사망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알바그다디에게 2500만달러(약 287억원) 현상금을 내건 미국 정부는 그가 살아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IS 역시 지난달 알바그다디의 육성 메시지라며 46분짜리 음성 파일을 공개, 그의 건재함을 주장했다.

향후 시리아·이라크 국경 지역에서 국제동맹군과 IS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등 각지에서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현지 권한을 강화한 ‘분권형’으로 조직 재편을 마쳤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IS 대원과 추종세력들이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은 국제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주의 시사용어-이슬람국가(IS)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전의 이슬람 테러단체와 달리 풍부한 인력, 자금력, 군수품을 보유하고 세를 키웠다.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의 주요 도시를 장악해 기업과 민간인을 약탈했다. 유럽, 미국 등 서방 청년들이 IS에 가담해 테러를 돕기도 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