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인상 시사
이르면 11월 기준금리 인상'깜빡이'
12월 미국 금리인상 전망…선제대응 주목
글로벌 경기 강한 회복에 수출·투자 호조
[ 김은정 기자 ]
“당장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4개월째 만장일치로 연 1.25%의 금리를 동결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은 드물다. 그것도 인상 쪽 소수 의견이 나온 건 6년 만이다. 여기에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3%로 높였다. 올 들어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은 벌써 세 번째다. 금리 인상 조건이 그만큼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금통위 본회의 직후 “금융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며 시장에 매파(통화 긴축 선호) 신호를 강하게 던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은 오는 12월 직전에 한은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1년4개월째 동결했지만
금통위는 이날 연 1.25%인 금리를 1년4개월째 동결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도 금리 동결을 유지한 건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탓이다. 북핵 위험요인이 여전한 데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장기화 우려도 있다. 한은은 사드가 올해 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추산한다.
불어난 가계부채도 발목을 잡았다. 국내 취약계층의 대출 규모는 올 상반기 말 80조원을 넘어섰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지도 모른다. 자칫 불붙은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커 일단 오는 24일 발표될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지켜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통화정책 조정 의지 강력 시사
한은은 하지만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확실하게 줬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가되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금통위 본회의가 열린 지난 8월엔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이 총재는 또 “수출 증가와 그에 따른 설비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소비도 완만하게 확대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 성명과 이 총재의 발언이 확실히 매파로 돌아섰다”며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언급이 나온 건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다만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하므로 우리가 본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조적일지에 대한 판단이 좀 더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7명 중 3명이 금리 인상 지지”
금통위 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온 것도 주목된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일형 위원은 “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7월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왔지만 금리 동결에 반대하진 않았다. 이날은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맞물려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강조하며 금리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통위 내 금리 인상 쪽 소수 의견이 나온 건 2011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은 그동안 간간이 있었다. 특히 이 위원이 한은 추천 몫으로 금통위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파로 불리는 이 총재와 윤면식 한은 부총재, 이번에 소수 의견을 낸 이 위원까지 포함하면 7명의 금통위 멤버 중 3명이 금리 인상론자”라며 “1명의 위원만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 결정이 이뤄지는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의 임기도 변수라는 의견이 많다. 이 총재는 내년 3월 말 퇴임한다. 이 총재 퇴임 전 금리결정 회의는 올해 11월30일, 내년 1월과 2월 세 번 남았다. 이 총재의 금리 인상 의지가 커 세 번 중 적어도 한 번은 올리고 떠날 것이란 게 한은 안팎의 관측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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