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수고용직 특별법' 10년 만에 재추진

입력 2017-10-17 18:20
'노동3권 특별법' 벌써 논란

노동전문가 "특수고용 종사자 개념조차 막연"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추진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발의자
대량실직 우려로 입법 못해


[ 심은지 기자 ] 정부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화를 추진하는 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는 캐디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근로자로 인정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특별법으로 제정하려 했다.

하지만 산업계뿐 아니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노동조합을 구성해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에 나서면 고용주의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고용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골프장 캐디는 80~90%, 학습지 교사와 보험 설계사도 30~40%가 해고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럼에도 당시 노동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 의지를 보였다. 정부 내 이견을 의식해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으로 우회 상정했다. 당시 의안 발의자 중엔 초선 의원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김영주 현 고용노동부 장관도 포함됐다.

국회에선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상임위원회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캐디 등 당사자까지 도입에 반발하며 입법이 무산됐다.

고용부는 이번에도 특별법 제정을 통해 도입을 서두를 예정이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계에선 “노동 유연성을 더 경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고용 형태가 지난 10년간 많이 달라져 과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캐디, 레미콘 기사 등 몇 개 직종에 불과하던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배달원, 플랫폼 종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노동 전문가들이 “특수고용 종사자의 개념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근로자로 규정하면 노동법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고용 종사자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 개별 사업자 성격이 짙은 종사자들에게 같은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게 가능한지 등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며 “효과와 부작용을 논의하기도 전에 정부가 너무 단정적으로 정책 방향을 정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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