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 발굴서 스타와 채팅까지 … '웹 음악예능'의 진화

입력 2017-10-17 18:13
수정 2017-10-17 19:50
모바일 기반으로 다채롭게 제작

'차트 밖 1위' '한밤의…' 등 인기


[ 마지혜 기자 ]
가수 김흥국은 요즘 후배 가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그는 인기곡 순위 100위권 바깥에 있지만 묻어두기 아까운 명곡을 소개하는 음악 예능을 지난 8월부터 가수 이석훈, 승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음원 플랫폼 ‘멜론’이 만드는 웹 예능 ‘차트 밖 1위’다. 멜론 홈페이지와 앱(응용프로그램), 유튜브, 카카오TV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난다.

19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탄생한 레게 음악도 다시 인기다. YG엔터테인먼트와 콴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하는 레게 전문 웹 예능 ‘한밤의 레게 연예’ 힘이 컸다. 가수 하하와 스컬, 엠타이슨이 YG KPLUS와 콴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한다.

◆TV 벗어나는 음악 예능들

음악 예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상파·케이블TV 방송사뿐만 아니라 멜론 벅스 등 디지털 음원 플랫폼, YG 등 연예기획사,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계정을 두고 영상을 공유하는 ‘딩고’ 같은 음악 채널이 예능 콘텐츠를 직접 제작·공개하고 있어서다. TV에서 소비되던 영상 콘텐츠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데 따른 현상이다. 방송에 편성되지 않더라도 유튜브나 자사 홈페이지 및 앱,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유롭게 자체 제작 영상을 내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방송사가 주도한 초창기 음악 예능은 가수 지망생의 오디션 또는 프로 가수의 가창 경연이 대부분이었다. Mnet ‘슈퍼스타K’, SBS ‘K팝스타’, MBC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 KBS ‘불후의 명곡’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변화를 주기도 했다. Mnet은 지난해 ‘당신의 소녀에 투표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청자를 연습생 선발의 주체로 끌어올린 ‘프로듀스 101’을 선보였다. SBS는 가수와 일반인이 듀오로 함께 노래하는 ‘판타스틱 듀오’ 방송을 시작했다.

◆‘맞춤형 콘텐츠’ 강점

웹·모바일 콘텐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예 오디션이나 경연의 틀을 부수고 나왔다. 멜론은 회원과 가수가 직접 소통하는 예능 ‘스타와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8월 시작했다. 가수가 선정한 테마에 맞춰 팬이 추천한 음악과 가수가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함께 소개한다. 신곡 ‘가시나’로 올여름 음원차트를 휩쓴 가수 선미가 첫 방송에 나왔다. 멜론에서만 26만여 명이 봤다. 잡지에디터 윤마초와 만화가 이말년이 가요계 이슈를 풍자하는 ‘본헤이터’는 회당 멜론 조회수 12만~13만 건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회사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음악채널 ‘딩고뮤직’은 초대 가수와 가상의 존재 ‘딩고’가 채팅 형식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예능 ‘읽씹금지’로 4월부터 인기몰이하고 있다. 8월엔 남성듀오 ‘10㎝’에서 멤버 한 명을 떠나보내고 솔로 활동을 시작한 가수 권정열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일반인이 있는 노래방에 갑자기 가수가 들이닥쳐 함께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 ‘노래방어택’도 인기다. 윤종신 편은 유튜브에서 80만8000여 건 조회됐다.

김미연 로엔엔터테인먼트 뉴미디어마케팅그룹장은 “웹과 모바일 콘텐츠는 TV에 비해 제작비용이 낮고 분량이 짧아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기에 좋다”며 “주요 시청자층인 10~30대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콘텐츠를 취사선택하는 것에 익숙해 특정 집단을 겨냥한 맞춤형 콘텐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