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찾아가 '고통분담' 요구한 산업은행 회장의 용기

입력 2017-10-13 17:58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어제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을 요청했다. 2014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지 3년 만에 다시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원의 양보도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모든 이해당사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금호타이어는 회사 운명이 채권단 손에 또 넘어간 데서 알 수 있듯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등 해외사업 부진으로 매출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적자(-507억원)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된 매각 작업도 무산됐다. 독자 회생이 어렵다고 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형태로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채권단과 경영진은 이미 고통분담에 나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경영권을 내놨고, 회사 재인수를 위한 우선매수권도 포기했다. 채권단은 차입금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한 데 이어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이해당사자는 노조원들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웃도는 고임금 구조 해소가 무엇보다 급하다.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생산직 1인당 평균임금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7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자진 임금삭감 등을 통해 이런 고임금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호타이어 노조 측은 채권단의 고통분담 요구에 반발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되는 첫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이다. 다른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 정리의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노조도 이해당사자로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얘기한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이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 대기업 강성노조가 기득권을 고집해서는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이 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