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AI스피커는 투자할 가치가 있나?

입력 2017-09-18 18:35
AI스피커·자율주행차는 위험회피형 투자 불과
금융·게임·음악분야서 AI가 성과낼 것
제품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수 있어야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 >


한국 기업들이 대단하다. SK텔레콤 KT 네이버 삼성전자 카카오 모두 인공지능(AI) 스피커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으로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도 인공지능 스피커 사업에 이미 들어와 있다.

과연 인공지능 스피커 사업은 성장할까? 필자 예측으로는 아니다. 인공지능 스피커 사업은 몇 년 뒤 모두 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필자는 예상한다. 그 이유는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품질의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기술이 아직 인공지능 분야에서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세계 유수 기업, 국내 최고 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드는가? 그것은 지금 뛰어들지 않았다가 이미 뛰어든 기업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완전히 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인공지능 스피커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가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는 행위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드니까 할 수 없이 뛰어드는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산업은 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회사가 용기 있는 회사로 평가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대화형 서비스를 너무 일찍 내놓은 애플은 인공지능 스피커 사업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애플의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은 마케팅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인공지능 기능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사용자가 곡명을 얘기하면 해당 음악을 재생하는 스피커로서 그 기능을 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애플은 시리의 경험을 통해 인공지능 대화형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세계 모든 전통적 자동차 회사를 비롯해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언제 상용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뛰어든다. 그 이유는 지금 뛰어들지 않았다가, 이미 뛰어든 기업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뛰어들지 않은 회사는 쫓아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드는 회사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 용감하게 자율주행차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면 필자는 그 회사에 위험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것은 바보짓인가? 아니다. 위의 인공지능 스피커나 자율주행차는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예를 들어 금융산업은 인공지능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온라인게임회사 역시 인공지능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금융산업과 온라인게임산업에서의 인공지능은 그 회사들이 제조하는 상품 그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그 상품의 질적 변화는 그 상품을 만드는 사람과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금융산업과 게임산업에서 새로운 강자를 출현시킬 큰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측하건대 음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으로 일대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최고경영자(CEO)가 된 스티브 잡스는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와 이 서비스를 담는 제품 아이팟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고, 아이폰 출시 직전까지 아이팟은 애플의 매출과 순수익의 7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었다. 음악 분야의 인공지능 응용은 새로운 스타기업을 글로벌하게 탄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말한 금융, 게임, 음악산업에서 인공지능은 그 산업의 제품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언제나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제품 그 자체의 변화다. 아직은 불완전한 인공지능 기술이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제품의 평균적 성과를 크게 올리면서 제품 패러다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큰 성과를 낼 것이다. 그러나 작은 실수가 인명을 해칠 수 있는 자율자동차 분야, 아직 인공지능 대화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에게 헛된 기대를 품게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분야 등은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