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소녀들을 '폭력 괴물'로 만들었나

입력 2017-09-07 19:09
현장 목소리

"SNS 소외 안되려 과격…여학생이 평판 더 민감"
학교폭력 대부분 SNS서 이뤄져
SNS 또래집단 결속력 강해져
범죄 노출돼도 부인·변명 일관

약한 처벌도 범죄 부추겨
학폭으로 처벌학생 0.4% 불과
학교현장서 학생들 훈육도 안돼


[ 박진우 기자 ]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건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여학생인 이들 사건은 사춘기 소녀들이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잔혹해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가해자 측은 오히려 피해자 측을 탓하며 뻔뻔한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공분도 크다. 무엇이 이들 소녀를 이리도 낯설게 만들었을까.

◆SNS시대, 강화된 또래집단의 위험

1일 오후 9시께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골목길에서 여중생 네 명이 친구를 무릎 꿇린 뒤 1시간30분가량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은 ‘또래집단’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정운선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또래집단의 결속력이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다”며 “외부에 범죄가 노출된 시점에서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역시 이 같은 또래집단 내부의 확증 편향이 작용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SNS가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 A양(18)은 “학교폭력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이뤄진다”며 “드러나지 않은 학교폭력은 한 학급에 한 명꼴”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은 대부분 1998년 이후 출생했다. 이들의 잇따른 강력범죄가 외환위기 이후 맞벌이가 일상화된 사회 변화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정 교수는 “맞벌이는 곧 아이들이 혼자 방치되면서 또래집단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며 “외환위기가 하나의 계기가 됐다는 식의 논문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위 평판에 더 민감한 여학생들

SNS는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청소년 범죄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공론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범죄 사실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면서 과거였다면 묻힐 뻔한 범죄가 많이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청소년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오히려 주위 친구들에게 휩쓸리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 청소년의 경우 남성보다 자기 이미지에 대한 평가에 민감한 데다 불안감이 높은 연령대”라며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과도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청소년 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사범 가운데 구속 처분을 받은 학생은 0.4%인 66명에 불과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 교사 B씨(26)는 “학생들도 형사 미성년자는 처벌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를 불러내 학교 현장에서 훈육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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