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 의원들 접견
"제한적 군사행동도 남북충돌 야기…대한민국 다시 폐허 만들 수 없어"
을지국무회의 주재
"군사적 긴장 고조 의도없다…북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 촉구
[ 정인설/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북한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지훈련:UFG) 연습을 빌미로 도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관계없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예방전쟁론’을 주장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군사옵션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북작전을 지휘하는 미군의 핵심 3인방도 이례적으로 동시에 방한해 22일 북한 도발 억제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간담회를 연다.
◆“북한 도발에 한·미 훈련하는 악순환”
문 대통령은 을지훈련 첫날인 이날 청와대에서 제1회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을지훈련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민·관·군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왜곡해서는 안 되며 이를 빌미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도발적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을지훈련은 한국과 미국의 연합 군사훈련으로, 6·25전쟁 휴전 후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매년 시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을지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을지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이라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북한은 북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한·미 연합 방어훈련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은 추가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중단하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제시한 대화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 적극 동참하라”고 했다.
미국에 대해선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적 옵션 실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에드워드 마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이 북핵 포기를 위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주 제한적 범위의 군사적 옵션 실행도 남북 군사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 내 많은 외국인과 주한미군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성장한 대한민국을 다시 폐허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북한이 핵을 보유해서 실제 무기로 배치하는 단계로 가지 않게 모든 방법을 다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7일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게 레드라인’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ICBM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 도발할 가능성이 있고, 문 대통령의 발언은 거기에 대해 절대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공격 상황 가정해 대응”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과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서울 인근의 한미연합사령부 지하벙커(탱고)에서 을지훈련을 참관한 뒤 22일 기자회견을 한다. 하이튼 사령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만나 “앞으로도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 방어를 위해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과 미사일방어 역량을 계속 효과적으로 제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을지훈련에선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해 정부와 군이 대응해야 할 절차들을 연습하는 시나리오도 마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을지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당사국(북한)이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 제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