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마크'의 배신… 무항생제 계란서 살충제 초과 검출

입력 2017-08-16 18:21
수정 2017-08-17 06:06
'살충제 계란' 파문
'주먹구구' 친환경 인증 제도

민간업체가 인증…정부는 사후관리만
인증 받으면 직불금 등 각종 인센티브
'셀프인증' 등 해마다 수천건 부실인증


[ 오형주 기자 ]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産卵鷄: 계란 생산 목적으로 키우는 닭)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4일 살충제 성분이 처음 검출된 산란계 농장 두 곳이 모두 친환경 농장인 데다 16일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 네 곳 중 세 곳이 친환경 농장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마크를 믿고 계란을 사는데 정작 이런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인증 제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업체가 인증 대행

국내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는 64개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농관원)으로부터 인증 업무를 넘겨받았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에는 농관원이 업무를 전담했다. 2002년부터 민간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했고 올 6월부터 민간업체가 모든 인증 업무를 맡고 있다.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해 사후관리만 한다.

민간 인증대행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농관원이 정한 인증기관 지정 기준에 따라 인증심사원을 5명 이상 보유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심사와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주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은 일반 농장보다 그만큼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지급 차원에서 직불급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설 현대화 등 사업에서도 우선권이 부여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친환경 인증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부실인증 1년에 수천 건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1999년 처음 도입한 이후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대규모 부실인증 사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민간 인증대행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직접 ‘셀프인증’을 하거나, 인증 취소 후 재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기간(1년)이 지나지 않은 농가에 인증서를 교부한 사례 등이 적발되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2014년에는 부실인증 적발 건수만 6411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2734건이 부실인증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마리농장에 친환경 인증서를 교부해준 민간업체도 과거 부실인증 사실이 적발돼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이양 재검토 필요”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정부가 친환경 인증 업무를 100% 민간에 넘긴 것이 맞느냐’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인증 업무를 민간에 이양한 것은 인증제도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인증 업무까지 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민간 이양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민간 인증업체는 농가에 농자재를 판매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인증 업무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실인증이 계속되면 소비자 신뢰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한 소비자는 “친환경 인증이 붙은 계란은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믿고 사먹는데 이제는 그걸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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