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트럼프 통화 하루 만에 '화염과 분노' 발언 나와
파장 커지자 청와대 긴급 해명
[ 조미현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특임교수·사진)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 관련 발언 수위를 낮춰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문 특보는 지난 13일 공개된 미국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부채질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인 발언으로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북한을 향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통화하고 하루 만에 나왔다. 북한이 즉각 ‘괌 포위사격’을 하겠다고 맞받아치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다.
문 특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레토릭(수사)을 ‘톤다운’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한 셈이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문재인 정부를 우려하게 했다”고 전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파장을 빚자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이 전화통화 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발언 톤다운을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양국 정상 간 의견 충돌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ABC는 “미국과 한국 사이의 이 같은 의견 충돌이 아무리 작더라도 북한이 바로 원하는 것”이라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예로 들며 “양국 간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했다.
문 특보는 전쟁 위협이 커지는 현 상황을 ‘치킨게임’에 비교하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상호 자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혼란스럽게 한다”며 “미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혼란’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은 튼튼하다. 북한 도발에 맞서 계속 단결할 것이며 양국 지도자들은 1주일 내내 연락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