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 간염 '산모-신생아' 수직감염 막을 길 열렸다

입력 2017-08-11 20:21
수정 2017-08-12 07:50
김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팀
임신 초기 항바이러스제 투여
신생아 B형 간염 감염률 77%↓


[ 임락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임신부에게 특정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만성 B형 간염의 모계 수직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기존에는 임신부가 만성 B형 간염 환자라도 내성 발생이나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이유로 가급적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지 않았다.

김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소화기내과)가 이끄는 연구팀은 733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시행한 10건의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만성 B형 간염 임신부에게 테노포비어 성분이 포함된 경구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를 투여했을 때 신생아의 B형 간염 수직감염률이 77% 낮아졌다고 11일 밝혔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고위험군 B형 간염 환자들은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는다.

연구팀은 733명 중 비리어드 복용에 관한 비교 데이터가 분명한 599명을 추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mL당 20만 개 이상인 고위험군 환자였다. 599명 모두 임신한 지 2~3개월 이후에 테노포비어를 추가로 투여받았다. 이들이 출산한 신생아들은 출산 직후 B형 간염 백신과 항체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을 처방받았다. 그 결과 테노포비어를 투여한 집단이 대조군에 비해 출산한 신생아의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이 7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6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간경변, 간암 등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만성 B형 간염에 걸린 임신부가 신생아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신생아가 감염되는 수직감염이 주요 발병 경로다. 이 때문에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산모의 신생아들은 출산 직후 B형 간염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B형 간염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특히 이 같은 처방을 받아도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성을 나타내는 항원 ‘HBeAg’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고,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고위험군 산모들의 신생아 수직감염률이 최대 30%에 달했다.

모계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부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연구는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라미부딘, 텔비부딘 등 다른 항바이러스제는 임신부에게 내성이 생길 위험이 크고 안전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반면 김 교수팀이 사용한 테노포비어 성분은 장기 복용해도 내성 발생률이 거의 없고 임신부에게 투여해도 안전하다는 점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

김 교수는 “이전에도 수직감염을 막기 위해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병용 치료가 시도됐으나 내성이 생기는 문제 때문에 임신부에게 가급적 투여하지 않았다”며 “테노포비어 성분 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데다 수직감염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실제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영양 약리학과 치료법’ 최신호에 게재됐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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