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특별보좌역 25명, 부대변인 56명.’
자유한국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당직자 인사를 발표했다. 하루 만에 81명에게 당직을 나눠준 것이다. 무보수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감투를 나눠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정책·정무 분야를 보강하기 위해 임명한 특별보좌역이라는 자리는 홍준표 대표 체제 후 새로 만든 것이다.
한국당은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홍문표 사무총장은 대선 패배를 계기로 당 사무처 인력을 감축하고, 지방조직인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물갈이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다른 한편에선 당 조직의 ‘몸집 불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10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수천만원으로 추산되는 혁신위 활동비용과 사무실 운영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홍 대표 측근 네 명을 계약직 사무처 직원으로 별도 채용했다. 정책위원회와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지방 시·도당 조직을 모두 갖추고 있는 한국당이 지역별·분야별 특별보좌역을 신설한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은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 국고보조금을 받는 단체다.
대변인단을 매머드급으로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대선 승리 다음해인 2013년 8월께 50명의 대변인·부대변인을 임명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선 승리 후 논공행상의 일환으로 당직 인선을 지나치게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대표가 당 쇄신을 위해 출범시킨 혁신위의 일 처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서민중심경제’라는 용어가 담긴 혁신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서민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문재인 정부의 친서민 정책과 다른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혁신위 관계자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가 감투를 남발하며 ‘자기 사람 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조직을 혁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몸집 불리기를 하는 아이러니를 바로잡는 것이 혁신의 순서다. 보수층이 제1야당의 행보를 걱정스럽게 보는 이유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