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3이 치를 수능, 절대평가 최소 4개 과목으로 확대

입력 2017-08-10 18:42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2개안 제시…31일 최종 확정

4개 과목 절대평가안 가닥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 확정…제2외국어·한문과 절대평가로
현재 영어·한국사에 2과목 추가…국어·수학 변별력 비중 커질 듯

7개 전과목 전환도 검토
"학습부담 완화" vs "현장 혼선"
절대평가 전면확대엔 반응 갈려
EBS 연계 축소·개선 등도 추진


[ 김봉구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이 공개됐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절대평가 과목을 크게 확대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확대 범위를 최종 결정하지 않고 2개 안을 내놓았지만 절대평가 확대라는 방향은 분명히 했다. 지금은 영어와 한국사 과목만 절대평가로 하고 있지만,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절대평가 시행이 확정됐다. 다만 전 과목을 대상으로 하는 전면적인 절대평가 도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은 것으로 교육계에선 관측하고 있다. 최종안은 지역별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이달 31일 확정된다.


‘단계적 확대’에 무게…이달 말 최종 확정

교육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의 두 가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 안은 수능 7개 과목 중 한국사, 영어,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국어, 수학, 탐구영역(선택 1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전 과목 절대평가 안을 택하면 이들 과목까지 모두 절대평가한다.

절대평가는 일정 점수만 넘으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행 상대평가는 1등급을 받으려면 상위 4%에 들어야 한다. 절대평가는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90점이든 100점이든 같은 1등급이라는 의미다.

관건은 수능 주요 과목인 국어와 수학의 상대평가 유지 여부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 즉 국어·수학 상대평가 혼용 형태가 되면 수능이 최소한의 변별력은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2개 안 가운데 어느 안을 택하더라도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절대평가 과목이 된다.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에 따라 기존 사회탐구·과학탐구 등 선택과목은 최대 2과목 선택에서 1과목 선택으로 줄어든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과목 특성상 고교 1학년 수준으로 출제할 방침이다.

무게중심은 ‘점진 개편’에 실리고 있다. 시안을 발표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현장 의견은 수능 절대평가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적용 범위는 대입 안정성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였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얼마 전 ‘단계적 시행’을 시사했다.

국어 수학의 수능 변별력 커지나

‘일부 과목 절대평가 안’은 기존 수능에서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수능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암기식 문제풀이 등 그간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전 과목 절대평가 안’은 수능 준비 부담을 덜고 학생참여수업, 과정중심평가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 급격한 변화로 현장 혼선을 빚고 수능 변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두 가지 시안을 내놓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절대평가 속도와 범위를 두고 현장의 주문이 엇갈려 복수 안을 마련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택할 예정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선 점진적 확대 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등의 정책이 미확정인 상황에서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현장 혼란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도 “국어·수학을 상대평가로 남겨놓으면 수능 변별력은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 부담 경감될지는 ‘미지수’

‘김상곤 표’ 수능 개편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문·이과 구분 없는 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내건 ‘2015년 개정 교육과정’ 반영, 그리고 수험생 부담 완화다. 절대평가는 후자에 무게를 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전 과목 절대평가를 거듭 주문한 이유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수험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신설 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은 확실한 부담 요인이다. 전 과목 절대평가 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수능은 무조건 1등급을 받고 내신까지 신경 써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 3년 내내 내신에서 한 번 삐끗하면 패자부활이 불가능한데 수험생 부담이 줄겠나”고 꼬집었다.

정부는 ‘수능과 EBS 70% 연계’도 손질하기로 했다. EBS 교재 지문 암기 등 학교교육 왜곡 우려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EBS 연계율 단계적 축소·폐지, 연계율 유지 및 연계방식 개선의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수능 개편 시안은 네 차례 권역별 공청회에서 절대평가 적용 범위, EBS 연계 여부 등에 대한 의견수렴 뒤 이달 31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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