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염색공장, DTP공정으로 확 달라졌다

입력 2017-08-09 20:13
수정 2017-08-10 05:02
물 많이 사용해 붙은 '수(水)산업' 별칭 이젠 옛말

아디다스·H&M 등 해외 업체, 친환경공정 원단 수입 늘려
1대 10~50억 DTP기계 도입…폐수 사라지고 생산성 2배
공정 혁신으로 소량 생산 가능…온라인 쇼핑몰 통해 B2C 확대


[ 조아란 기자 ]
염색업은 한때 ‘수(水)산업’으로 불렸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L가 들 만큼 물을 많이 쓴다고 생긴 오명이다. 염색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와 악취 때문에 혐오시설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랬던 염색업체들이 첨단 설비를 도입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탈바꿈하고 있다.


◆폐수 없는 염색공장

9일 대구 서구에 있는 염색전문업체 평안 공장에 들어서자 12대의 디지털섬유염색(DTP) 기계가 1분에 80m 길이의 천을 염색해 뽑아내고 있었다. DTP 기계는 염료를 물에 섞지 않고 잉크젯 프린터처럼 천 위에 잉크를 분사해 원단을 출력하는 장치다. 무늬나 사진 등 디자인 작업도 기계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생산성은 전통 방식보다 90%가량 높다. 기존에 12명이 15일 동안 하던 일을 1명이 하루 만에 할 수 있게 됐다. 섬유염색 연구기관인 다이텍연구원의 윤석한 본부장은 “지난 6월에만 대구염색산업단지 입주 기업 124개 가운데 12곳이 DTP 기계를 도입했다”며 “2년 전 3.6%였던 DTP 원단 비중이 내년에는 2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8년 세계 최대 규모인 9만여㎡ 부지에 조성된 대구염색산업단지가 변신하고 있다. 국내 섬유산업 중심지이던 대구가 쇠락하면서 한때 250여 개에 이르던 염색업체는 절반으로 줄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가격경쟁력에 밀려 중국 동남아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설비 도입 등으로 대구염색산업단지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안료가 섞인 물에 직물(천)을 넣어 염색하고 세척 탈수 건조 열처리 과정을 거치는 날염 등 전통적인 염색 방식이 탈바꿈하면서다. 폐수나 악취도 사라지고 있다.

◆“친환경 공정으로 바이어 유치”

대구염색산업단지 업체들이 대당 10억~50억원에 이르는 DTP 기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해외 의류 브랜드들의 친환경 요구가 배경 중 하나다. 인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 탓에 아디다스 H&M 등 의류 브랜드들은 친환경 공정으로 제조하는 원단 수급을 늘리는 추세다.

염색업체 A사 관계자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유럽산 원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 때문에 국내 염색업체들이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 브랜드들의 납기 단축 요구도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라, 유니클로 등 주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이 신제품 출시 주기를 빠르게 단축하면서 염색 원단 납기를 줄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온라인 판매 등으로 사업 다각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염색업체도 나오고 있다. 원단가공업체 서진염직은 2012년 약 6000만원에 그쳤던 연매출이 지난해 9억원으로 늘었다. 4년 전 온라인 쇼핑몰 ‘리얼 패브릭’을 열어 일반 소비자에게 원단을 판매하는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시작한 덕분이다. 이 업체는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온라인에 등록하면 5일 내에 염색한 원단을 보내준다. 가격은 ㎡당 2만~3만원이다. 공정혁신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소량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기존에는 한 번에 여러 장을 염색해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어 기업 간 거래(B2B) 사업만 했다.

대구=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2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