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
SK "매각가 더 받는 것보다 임직원 고용 안정 선택"
노조의 큐캐피탈 반대도 고려
SK증권은 사모펀드·채권, 케이프는 주식발행시장에 집중
[ 김익환 / 이지훈 / 정소람 기자 ]
케이프투자증권(옛 LIG투자증권)이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제치고 SK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큐캐피탈이 케이프투자증권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SK증권 임직원 의견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매각 절차를 고려해 SK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주)는 25일 케이프투자증권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 두 곳이 제출한 SK증권 지분 10.04% 인수 제안서를 심사해 케이프투자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선박엔진부품 제조업체인 케이프의 계열사다. 케이프는 지난해 PEF 등을 활용해 LIG투자증권 지분 82%를 1300억원에 인수하고 올해 사명을 케이프투자증권으로 바꿨다.
케이프투자증권은 가격 조건에서 큐캐피탈에 뒤졌지만, 비가격 조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SK는 케이프투자증권이 큐캐피탈에 비해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고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매끄럽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인수 후 5년 동안 SK증권 직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확약서도 매각 주관사에 제출했다. 큐캐피탈은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당국의 적격성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SK증권 노동조합도 지배구조 등을 문제삼아 큐캐피탈의 인수를 반대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을 인수한 뒤 SK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할 전망이다. 인수금과 유상증자 대금을 합치면 14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증권사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사모펀드(PEF)를 조성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한 방식과 비슷한 구조다.
이번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한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가 PMI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을 합병할 계획은 없다”며 “SK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사모펀드, 채권사업에 특화하고 케이프투자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 거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인수하면 두 회사의 자기자본 총계가 6265억원으로 늘어나 사업 역량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회사채사업 부문 역량 강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케이프투자증권은 LG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 업체의 회사채 발행을 맡았다. SK그룹 채권 인수 물량이 많은 SK증권과 함께 영업하면 회사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조성한 헤지펀드 상품 등을 SK증권 지점망을 활용해 판매하는 등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5년 동안 고용 유지 약속을 내건 만큼 비용 절감이 어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환/이지훈/정소람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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