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옥자, 한국영화인가 미국영화인가?

입력 2017-07-24 18:22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관한 여러 논란 가운데 하나는 이를 한국영화로 볼 것인가, 미국영화로 볼 것인가이다. 감독과 제작진 대다수가 한국인이지만 미국 자본에 바탕을 둔 넷플릭스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영화를 보는 재미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정확히 표현하자면 옥자는 ‘프로듀스드 바이(produced by) 넷플릭스, 디렉티드 바이(directed by) 봉준호’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제품에 표기되는 원산지 표시 방식으로 한다면, 옥자라는 제품의 레이블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USA’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에 익숙한 우리에게 옥자의 출현은 큰 혼돈을 던져 준다. 특히 그동안 모두가 공감하고 있던 국산품 애용 운동과 흡사한, 한국 영화를 지원해서 세계 시장에 우리 문화의 위력을 널리 퍼뜨리는 방식만이 좋다는 공감대도 왠지 옥자에는 어색해 보인다. 과연 옥자는 한국 영화의 범주 안에 있을까, 아니면 밖에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생긴다.

봉준호 감독 입장에서는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한국 영화이고, ‘괴물’에 이어 옥자도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여러 볼거리와 결합해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한국산 옥자다. 그러나 미국 국적의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하고 칸영화제에 해외 배우들과 같이 넷플릭스가 만든 다른 작품들과 함께 공개되는 모습을 보면 미국산 옥자인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전 세계 영화 방송 콘텐츠 시장의 국경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영화 방송 등 상업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특정 국가 내에서 투자·생산·유통되는 기존 방식은 서서히 깨지고, 경쟁력 있는 상업 동영상은 그야말로 글로벌 복합 유통 구조 속에서 순식간에 퍼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모바일 인프라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전 세계 동영상 소비 시장은 거의 하나의 시장 권역으로 묶이기 시작했고, 새로운 산업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필자는 옥자를 TV를 통해 전 세계 개봉일에 맞춰 집 안 거실에서 봤다. 옥자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여러 플랫폼이 묶여 새롭게 성장할 미래 글로벌 동영상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기 시작하는 글로벌 동영상 시장에서 한류 동영상의 성공 가능성도 크게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yjeon@dliv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