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로 문송시대 깬다]③"취업보다 창업", 움직이는 대학 교육지도

입력 2017-07-20 08:05
대학가, 취업난에 '창업 지원'에도 적극적
문·이과 시너지 내는 '융합 교육' 트렌드 확산



"회사에 들어가는 게 쉬울까. 회사를 차리는 게 쉬울까?" 예전 같으면 당연히 '취업' 쪽을 선택했겠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창업'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막상 창업을 하려고 해도 일반 젊은이들에겐 여전히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용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창업하려고 해도 경험이 없어 실패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서다. 꾸준히 도전하기엔 종잣돈이 없어 부담된다는 이들이 많다.

대학들도 진로지도 방법을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취업정보를 알려주거나 각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초청하는 등 '취업'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돕고 나섰다.

방법은 다양하다. 창업을 적극 유도하는 학사 제도를 도입하거나 융·복합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졸업생들을 멘토로 연결하거나 일시적인 강의를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 또한 적극적이다. 학교측의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동참하거나 창업동아리에 가입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배경이지만 '창업'이라는 목표가 맞으면 서로 강점을 찾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문과생의 문과생이 아이디어를 내면 그 동아리에 속해 있는 이공계 학생이 개발을 담당하고, 미대 학생이 디자인을 맡는 등 협업하는 식이다.

◆ 취업난 대응 분주한 대학가…창업 동아리, 전년比 61% '급증'

대학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도록 지원하는 '창업 친화적 학사 제도'의 도입이다. 2013년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의 일환인 이 제도는 '창업휴학제(휴학사유로 창업을 인정)' '창업대체학점 인정제(창업활동을 정규학점 인정)' '창업학점 교류제(타 대학 창업강좌 수강 학점인정)' 등이 포함됐다.

학생 부담을 덜어주는 학사 제도가 실시되면서 실제로 학생 창업 사례도 급증했다. 2015년 기준 교육부가 파악한 학생 창업자 수는 967명. 2013년 527명, 2014년 734명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창업휴학제를 도입한 학교는 245개교에 달했다. 창업 대체 학점 인정제와 창업 학점 교류제도 각각 119개교와 93개교로 집계됐다.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 관계자는 "창업하고 싶어도 학교 차원에서 제약이 있을 수 있어 창업 휴학제 등을 도입했다"면서 "창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업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업 동아리도 급증세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융·복합 교육도 지원책 중에 하나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를 위해 꼭 필요한 한 교육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크로스 캠퍼스(Cross Campus) 모델을 통해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을 모아 융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선 2~3년 전부터 도입됐다. 문과계열 학생과 이공계열 학생들의 격리를 막아 창의적인 교육을 하자는 취지다.

김용태 남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창업 교육이 양적으로 상당히 발전됐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창업 과정을 연습해볼 수 있다"면서 "문과생의 경우 기술 창업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공계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각종 융·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이처럼 조성하다보니 학생들 또한 능동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창업동아리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 동아리 수는 6561개로 전년 대비 2491개(61%) 급증했다. 창업 동아리에 속해 있는 학생 수도 5만 5301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6539명(43%) 늘었다.

대학생들은 주로 동아리 등을 가입해 창업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 학교 시절에는 비슷한 지역, 비슷한 또래들이었지만 창업동아리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 다른 학과 출신이더라도 서로 아이디어가 맞으면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 종잣돈 마련 비법은 '나를 적극 알리는 것'

회사를 차리는 데에는 '돈'이 든다. 창업에 있어서 자금 마련은 예비 창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의 '2016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자금 확보에 대해 예상되는 어려움'이 67.0%로 창업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대부분은 자기 자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창업 자본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각종 경진대회에 참가해 나를 알리는 게 창업 자금 마련 부담을 덜 수 있다. 교육부의 경우 대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학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대회에 선발된 팀은 100만 원의 지원금, 창업 교육 및 멘토링 등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앞서 언급된 4명의 문과생 창업자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닷의 김주윤 대표는 국내 대학과 정부의 창업 지원 제도가 잘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2014년 거의 무일푼 상태에서 시각 장애인용 스마트시계를 개발해낸 것은 바로 용인시에서 주최하는 '사물인터넷(IoT)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당시 사무실도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개발비에 쏟아부었다"면서 "정부와 대학 등 기관의 지원이 매 순간마다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현재에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및 부산대·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 우수한 연구진으로부터 핵심 부품·점자번역 엔진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있다. 디자인적 요소 역시 홍대 시각디자인과로부터 도움 받았다.

이진욱 쓰리엘랩스 대표 역시 원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책은 모두 찾아서 응모했다. 이 대표는 "국책연구기관을 수시로 방문하면서 협업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도 국책연구기관과 연구를 같이 한다. 앞으로 스마트 깔창과 관련한 논문을 하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창업 공간 고민이라면…졸업 후에도 '학교'로 가라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 공간도 중요하다. 국내 대학은 인프라 가진 대학교를 중심으로 창업 보육센터를 운영하며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창업보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활성화가 잘된 편이다. 연 2~3회 공실 발생시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임대료는 월 2~4만원 수준으로 큰 부담 없이 입주가 가능하다.

한양대 출신인 이흥현 투블루 대표는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창업 공간을 지원받았으며 사업에 필요한 세무회계 지식 등 멘토링을 받았다"며 "주위 입주 기업과의 인맥 형성도 사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창업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전희재 세븐픽쳐스 대표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인큐베이팅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시청년허브로부터 활동비도 지급받고 있다. 서울시 청년허브는 청년들의 각종 모임과 프로젝트, 구직 등의 활동에 필요한 비용과 공간을 지원한다. 서울특별시 청년특별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기관이다.

전 대표는 "서울시청년허브의 지원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면서 "동업자들과 한양대·숭실대 대학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해 타낸 상금 역시 초기 자본으로 유용하게 썼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6월에는 171억원 규모의 대학 창업펀드를 조성했다"면서 "지원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까지 학부 수준에서는 아이디어 중심, 대학원 또는 전문 대학원생들은 기술을 활용한 창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용태 교수는 융복합 교육, 창업연계전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과생은 자유롭게 사고를 확장한다는 장점이 있고, 공대생들은 구체적인 방법이 잘 나오는 편"이라며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있지만 모아 놓고 잘 섞이도록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학생 때부터 조금이라도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창업 트레이닝 교육에 힘써야 한다"며 "빠른 결과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꾸준한 관심을 통해 자생적인 창업 생태계가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끝)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
그래픽=강동희 한경닷컴 기자 ar491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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