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서민 대상 가구 임대업 축소 사유

입력 2017-07-13 20:04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소매치기가 나쁘다는 것에 반대 의견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몰래 남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훔치는 행위는 어떤 측면에서도 백해무익한 행동이므로 사라져야 한다. 정부가 소매치기로 유죄판결이 나면 모두 사형에 처한다고 선포하면 어떻겠는가?

그저 교도소에서 2년형 정도 받는 처벌보다는 초범이라도 사형에 처한다고 하면 소매치기 범죄의 발생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무모한 범죄자라고 해도 죽음은 두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백해무익한 소매치기를 줄일 수 있는데 이를 반대할 사람이 있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소매치기의 발생 빈도는 줄겠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소매치기가 사형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이 필요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길가는 행인이 이를 목격했다고 하자. 소매치기로선 그 목격자가 고발하면 어차피 사형이므로 자신이 사형 당하지 않으려면 그 목격자를 쫓아가 살인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즉 처벌을 강화하면 오히려 단순 소매치기가 살인으로 변할 수 있다. 소매치기에 비해 살인은 몇 배의 피해가 발생하므로 살인을 줄이기 위해 소매치기 처벌은 사형보다 훨씬 가벼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현실에서 악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것은 신문 기사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남을 돕는 좋은 일도 그렇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많은 자녀를 혼자서 키우는 엄마와 가구점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 가구점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구를 임대해 수입을 올리는 곳이었는데 그 가난한 엄마가 침대를 임대해 사용하다가 결국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한다. 당연히 계약 조항에 의해 가구점은 모든 침대를 회수했는데 결국 엄마와 자녀들은 침대도 없이 겨울에 맨바닥에서 자게 됐다. 그래서 이를 불쌍히 여긴 판사가 회수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 이야기에는 유감스런 뒷이야기가 있다. 그 판결 이후 가구 회사들이 빈곤한 가정에 가구 임대를 중지했다는 것이다. 가구 회사들로선 임대료가 연체돼도 가구를 회수 못하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한 엄마와 가족을 도우려다 많은 빈곤한 가족이 가구 임대를 받지 못하게 됐다.

언론 보도를 보면 누구를 벌주고 누구를 돕는 것이 너무도 간단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이렇게 혼란스러운 인간 사회에서 그렇게 간단하고 그렇게 당연한 것이 있다면 분명 다시 한번 의심하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