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비트코인 '성공 도우미'는 정치에 휘둘리는 통화

입력 2017-07-13 18:03
수정 2017-07-14 07:26
column of the week

정부 발행 통화에 대한 불신이 비트코인의 지속적 번창 불러
달러·유로화 등 안정된 통화도 정치적인 위험에 항상 노출돼
비트코인 채굴자 공동체는 합의로 새로운 거래규칙 제정
높은 가치 유지할 동기도 공유

존 맥기니스 < 노스웨스턴대 법학과 교수 >
카일 로시 < 보이스쉴러앤플렉스너(로펌) 변호사 >



누가 정부만이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민간에서 만든 (디지털)통화인 비트코인의 가치는 올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처음 생겼을 때보다 위험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겠다는 신청을 거부했다는 좋지 않은 소식도 있었지만, 어쨌든 비트코인은 새로운 벤치마크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SEC의 조치가 나왔을 때 ‘비트코인에 대한 사망선고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계속 번창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많은 사람이 정부가 발행한 통화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국 화폐가 통화의 기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대체 지불 수단이나 헤지 용도로 쓰려고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디지털 통화를 훨씬 잘 이해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비트코인에 더 빨리 투자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현대의 모든 통화 가치와 안정성은 이를 발행한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같은 기관을 만들어 상당한 신뢰를 확보하고 있지만, 또 다른 나라에선 그 국민조차 믿지 못하는 후진적인 통화체제를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통화 가치는 정치적 혼란 속에 지난해부터 추락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은 위안화를 외국 통화로 환전하는 데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발행한 통화와 달리 비트코인은 각국의 정치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정부가 아니라 비트코인 거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 즉 채굴자들로 이뤄진 분산된 체제에 기반한다. 그들은 ‘블록체인’이라고 알려진, 비트코인의 소유권을 일일이 기록해 놓은 인터넷상의 장부를 갖고 있다.

비트코인의 혁신은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 블록체인을 업데이트하는 분산된 프로세스에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누구나 컴퓨터로 수학적 문제를 풀어냄으로써 블록체인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채굴자는 최근 거래된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로 기재할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그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 생성된 비트코인을 가질 수 있다. 이 프로세스는 10분마다 반복되면서 모든 비트코인 거래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통화들처럼 비트코인 거래를 관장하는 규칙을 조정해야 할 때가 있다. 정부라면 그럴 때 법률을 통과시키거나 행정명령을 만든다. 비트코인 체제에선 채굴자 공동체가 합의에 도달하면 새로운 비트코인 거래 규칙이 제정된다.

최근 각 블록의 최적 크기를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듯이 채굴자들은 때때로 어떻게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진정한 독창성은 채굴자들이 일한 대가를 비트코인으로 받기 때문에, 모두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게 유지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각국의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인센티브를 갖지 못할 수 있다. 일부 개발도상국 권력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등 사익을 위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현하려고 통화 가치를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돈은 사회적 계약에 기반한다. 정치인들은 법적 의무를 망각한 채 자신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그런 사회적 계약을 지키지 않을 인센티브를 가질 때가 많다.

비트코인은 계속 번성하기 위해 스스로 미국 달러보다 더 안정된 가치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각국 통화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가만히 있어도 상대적 우위를 갖게 되면서 한 단계 한 단계씩 더 발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통화를 맘대로 주무르는 정치 권력에 맞서 경쟁하면서, 또 선진국의 가난한 이민자들이 본국 친인척에게 쉽게 송금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이미 상당한 힘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비트코인이 안정성을 얻게 되면서 각국 통화들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달러, 유로 등 아무리 안정된 통화라고 해도 정치적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경제 위기, 그리고 국제적인 통화 불안이 계속되면서 비트코인의 부상은 지속될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등으로 유로화는 흔들리고 있다. 많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엄청난 채권을 찍어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통화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각국 통화가 정치에 휘둘리는 한 비트코인의 성공은 계속될 것 같다.

존 맥기니스 < 노스웨스턴대 법학과 교수 >
카일 로시 < 보이스쉴러앤플렉스너(로펌) 변호사 >

원제=Why Bitcoin Is Booming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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