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출자기관의 비(非)핵심 자산을 국유재산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유화 대상에 오른 36개 출자기관의 비핵심 자산은 대부분 ‘알짜사업’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유재산의 효율적 활용·관리를 통한 임대수입 증대 등 세외수입 확대로 5년간 5조원가량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정부는 국유화 방식으로 기부채납(공공기여)과 유상감자를 거론하고 있다. 일단 자산을 국유화한 다음 해당 출자기관이 관리하도록 위탁하고, 수익을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배임 논란 등 법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죽하면 정부조차 출자기관 자산을 국유화한 전례를 찾기 힘들어 만약에 발생할 법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토로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법적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유화를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정부 수입이 늘더라도 공기업이 자산을 넘기면서 발생할 손실은 결국 정부 재정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정부가 증세를 피해 공약 재원 마련을 궁리하다 보니 만만한 공공기관에 부담을 떠안기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공공기관의 비핵심 자산이 왜 국유화 대상이냐는 점이다. 이들 자산은 그동안 공공기관이 민간과의 경쟁 여부 등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방만경영을 해 온 산물이다. 공공기관 개혁 때마다 비핵심 자산의 구조조정 문제가 등장하는 이유다. 공공기관 개혁과 재원 확보를 동시에 하려면 국유화가 아니라 매각 또는 민영화가 답이다. 더구나 현금이 흘러나오는 ‘알짜사업’이면 매각 또는 민영화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가 국유화를 고집하는 건 공기업 매각 또는 민영화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노조나 여당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는 민영화로 가는데 왜 한국만 반대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