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공동성명
"북한 ICBM에 심각한 우려…군사적 조치는 배제돼야"
중국 관영언론 이례적 침묵…"한국 사드배치 영향줄수도"
[ 김동윤 기자 ]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대북 제재와 대화 병행을 주장해온 중국의 처지가 난처해졌다.
중국은 일단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지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대화만이 북핵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대북 추가 제재와 압박을 종용하고 있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이 규정해온 ‘레드라인(금지선)’ 중 하나인 ICBM 발사 실험을 했다. 또 다른 레드라인인 6차 핵실험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4일 북한의 (ICBM 발사) 성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이런 성명은 용납될 수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호소한다”며 “군사적 조치 채택 가능성은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 강력한 조치로 ICBM 발사 책임을 물을 것”이란 미국 국무부의 공식 성명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제시하고 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이고,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4월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자 원유 공급 중단과 미국의 정밀타격 용인 등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번엔 북한에 대해 어떤 경고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의 ICBM 발사 실험이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정도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계기로 당장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미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미국이 대북 독자제재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국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